독서/북리뷰.서평. 명품일기 2019. 9. 29. 06:13
제노사이드는 집단 학살을 의미한다. 역사적으로 비추어볼 때 지구에 출현한 생물들 중 인간만이 유일하게 집단 학살을 자행하는 동물이다. 인간은 특정한 이념, 종교, 정치, 경제, 이데올로기 등을 명분 삼아 우리가 아닌 그들을 악의 무리로 규정짓고 무차별적인 살상을 저지른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는 집단 학살이란 거대한 주제로 묵직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다. 약 650페이지 분량의 꽤 두툼한 책이지만, 책장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저자 다카노 가즈아키의 박학다식함과 스케일에 박수를 보낸다. 더욱이 저자가 던지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메시지는 한쪽으로 치우치는 법 없이 읽는 이로 하여금 생각의 물꼬를 터준다. 단편적인 재미만 추구하는 얄팍한 소설이 아님을 단박에 알 수 있다. 내전이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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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북리뷰.서평. 명품일기 2019. 9. 6. 12:57
“모든 작품은 누군가 읽기 전까지는 단지 하나의 작품일 뿐이지만, 천 명이 읽으면 천 개의 작품이 된다. 만 명이 읽으면 만 개의 작품이 되고, 백만 명 혹은 그 이상이 읽는다면 백만 개 혹은 그 이상의 작품이 된다.” - 위화 - 허삼관 매혈기는 진짜 재밌는 소설이다. 내가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그동안 읽었던 소설들 중에 과연 독보적이다. 단지 익숙하지 않았던 중국 문학 작품이란 프레임이 나를 조금 망설이게 만들었지만, 착오에 불과했다. 숨쉴틈 없는 전개와 경쾌한 리듬은 소설의 첫 장을 펼치고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독자들을 압도한다. 한 인간의 삶의 대서사시가 독자들의 마음을 이리저리 훼방 놓는다. 그것은 다름 아닌 허삼관의 삶 속에 우리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어 각자의 삶을 비추고 있기..
독서/북리뷰.서평. 명품일기 2019. 8. 30. 12:56
여주인공 안진진은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부르짖는다. “그래, 이렇게 살아서는 안 돼!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 그녀는 넉넉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란 평범한 여자다. 주위를 둘러보면 어디에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모습을 하고 있다. 다만, 건달 흉내를 내는 철없는 동생과 멋대로 집을 드나드는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있다. 그리고 이들을 살뜰히 뒷바라지하는 그녀의 어머니도 있다. 어찌보면 콩가루 집안처럼 보이지만, 여주인공의 감정 라인을 쫓다보면 가족이란 결국 몇마디 말로는 압축 불가능하다는 사실과 마주한다. 건달 흉내를 내는 동생의 모습에서 순수함을 느끼고 술주정을 하는 아버지에게서 미움보단 사랑의 감정을 더 많이 느낀다. 그녀의 어머니는 머리 위로 날아드는 접시에도 굴하..
독서/북리뷰.서평. 명품일기 2019. 7. 30. 21:48
뜻밖에 만난 세계, 아프가니스탄 20세기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훌륭한 문학 작품이다. 최고의 책이라는 각종 언론의 찬사는, 때론 언론도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는 우리의 기억 속에 반군, 이슬람, 탈레반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당장 인터넷 창을 열고 아프가니스탄이란 단어로 검색하면 군인과 탱크, 그리고 총 한 자루 걸치고 심각한 표정으로 우리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무장 세력의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정작 아프가니스탄의 속살을 들여다볼 기회는 없다. 그들의 세상도 사람 사는 세상일 텐데 외부의 시선은 가혹하기만 하다. 우리를 지배하는 관념들이 미디어 매체와 언론으로부터 얼마나 쉽게 지배당하고 잠식당하는지를 뼈저리게 느낀다. 여행 금지 국..
독서/북리뷰.서평. 명품일기 2019. 7. 1. 21:40
소설 은 198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으로 작가 윌리엄 골딩은 세계 1차대전과 2차대전을 모두 겪은 인물이다. 한 인간으로서 직접 경험한 전쟁의 참상은 개인의 내면에 씻을 수 없는 파편의 흔적을 남긴다고 여겨짐이 옳다. 살육의 현장을 경험한 개인이 창조해낸 소설은 인간이 그리는 인간 자체의 모습과 본능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며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야생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이성과 감정의 충돌 역시 그러하다. 한 무리의 아이들이 무인도에 불시착한다. 이성과 감정 사이에 적절한 자기통제를 발휘할 수 없는 아이들은 구조요청이라는 가장 중요한 이성적 목표를 망각한 채 사냥이나 수영과 같은 눈에 보이는 것들에 집착한다. 저자는 이러한 야생의 공간 한복판에 이질적인 존재를 투입시킨다. 그들은 어리지만 다분히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