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책 속의 책 명품일기 2020. 1. 13. 23:17
오랜만에, 그리고 우연보다 더 무심하게, 책장에서 강제로 끄집어낸 한병철의 을 아무런 사심 없이 펼처 읽었더니 그 안에 사랑의 본질이 숨어 있었다. 한 페이지도 채 되지 않는 작은 지면에 잊고 있었던 사랑의 본질을 발견한다. 그것은 완전한 타자의 '부정성'에 관한 통찰이다. 그곳에는 에로스의 보편성에 관련된 아름다운 문장들이 보석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기가막힌 문장을 읽노라니 이 감정이 내 침대까지 따라오는구나.사랑은 "둘의 무대"다. 사랑은 개별자의 시점을 벗어나게 하고, 타자의 관점에서 또는 차이의 관점에서 세계를 새롭게 생성시킨다. 이로 인해 일어나는 근원적 전복의 부정성은 경험과 만남으로서의 사랑이 지니는 특징에 속한다. "내가 사랑의 만남이 주는 영향 아래 있을 때, 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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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북리뷰.서평. 명품일기 2019. 7. 27. 21:05
과잉 긍정의 폭력성을 테제로 큰 충격을 줬던 철학자 한병철의 에 이어서 은 사랑에 관한 짧지만 강렬한 책이다. 긍정성과 부정성을 큰 꼭지로 자유로운 사유의 쾌감을 보여준다. 100페이지도 채 안 되는 분량은 자칫 독자로 하여금 가벼운 산책길로 안내하는듯하지만, 준비가 부족한 독자에겐 암벽등반의 기회를 제공한다. 사랑은 아토포스적 타자를 향한다. 저자 한병철이 이야기하는 사랑은, 본질적으로 나와는 전혀 다른 무지의 영역에 속해있는 타자에 대한 전무후무한 경험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타자는 나와는 별개의 존재이며 그렇기 때문에 타자는 필연적으로 부정성을 포함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러한 부정성을 이질성, 아토포스적 타자라고 통칭한다. 즉, 사랑이란 `같음`이 아니라 `다름` 속에 사랑에 대한 근원적 성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