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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의미, 에로스의 보편적 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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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그리고 우연보다 더 무심하게, 책장에서 강제로 끄집어낸 한병철의 <에로스의 종말>을 아무런 사심 없이 펼처 읽었더니 그 안에 사랑의 본질이 숨어 있었다. 한 페이지도 채 되지 않는 작은 지면에 잊고 있었던 사랑의 본질을 발견한다. 그것은 완전한 타자의 '부정성'에 관한 통찰이다. 그곳에는 에로스의 보편성에 관련된 아름다운 문장들이 보석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기가막힌 문장을 읽노라니 이 감정이 내 침대까지 따라오는구나.


사랑은 "둘의 무대"다. 사랑은 개별자의 시점을 벗어나게 하고, 타자의 관점에서 또는 차이의 관점에서 세계를 새롭게 생성시킨다. 이로 인해 일어나는 근원적 전복의 부정성은 경험과 만남으로서의 사랑이 지니는 특징에 속한다.

"내가 사랑의 만남이 주는 영향 아래 있을 때, 만일 그것에 진정으로 충실하고자 한다면, 평소 나의 상황을 살아가는habiter 방식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다 뒤집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사건"은 "진리"의 계기로서, 기존 상황 속에, 살아가는 습관 속에, 새로운, 완전히 다른 존재 방식을 도입한다. 사건은 상황이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일으킨다. 그것은 타자를 위해 동일자의 세계를 중단시킨다. 사건의 본질을 완전히 새로운 것을 출발시키는 단절의 부정성에 있다. 사건적인 성격을 통해 사랑은 정치 또는 예술과 결합된다. 이들은 모두 사건에 "충실"할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초월적 충실성은 에로스의 보편적 속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한병철 <에로스의 종말>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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