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시 명품일기 2019. 11. 1. 19:15
그때 왜 김남기 저 사람은 거짓말을 너무 좋아해. 저 사람과는 결별해야겠어, 하고 결심했을 때 그때 왜, 나의 수많은 거짓말했던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았지? 저 사람은 남을 너무 미워해, 저 사람과는 헤어져야겠어, 하고 결심했을 때 그때 왜, 내가 수많은 사람을 미워했던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았지? 저사람은 너무 교만해, 그러니까 저 사람과 그만 만나야지, 하고 결심했을 때 그때 왜, 나의 교만했던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았지? 저사람은 너무 이해심이 없어, 그러니까 저 사람과 작별해야지, 하고 결심했을 때 그때 왜, 내가 남을 이해하지 못했던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았지? 이 사람은 이래서, 저 사람은 저래서 하며 모두 내 마음에서 떠나보냈는데 이젠 이곳에 나 홀로 남았네. 2019/10/26 - [시] -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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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시 명품일기 2019. 10. 26. 01:01
시를 반복해서 읽고 느끼고 외우다 보면 닫혀있던 미지의 세계가 기습적으로 밀물처럼 다가오는 경험을 한다. 삶이 농밀해질수록 시를 읽는 즐거움은 배가되고 그렇게 시를 노래하다 보면 시는 많은 것들을 열어준다. 시를 노래하는 것은 시인만의 할 수 있는 어떤 고귀한 활동이 아님을 이제야 나는 안다. 시는 시라는 형식의 속박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온전한 모습의 해방된 나 자신과 마주한다. 대체적으로 나는 짧지만 강렬한 충격를 주는 시를 좋아한다. 집중력도 부족하거니와 짧은 시는 외우기도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류시화가 엮은 시집 에서 소개된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의 시 는 내가 입으로 중얼거리는 시들 중 하나다. 이 시는 나에게 일종의 쾌락이자 통쾌함이다. 그것은 우리 자신을 아무런 휘장이 없어도 빛내주기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