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 - 초대
- 독서/시
- 2019. 10. 26. 01:01
시를 반복해서 읽고 느끼고 외우다 보면 닫혀있던 미지의 세계가 기습적으로 밀물처럼 다가오는 경험을 한다. 삶이 농밀해질수록 시를 읽는 즐거움은 배가되고 그렇게 시를 노래하다 보면 시는 많은 것들을 열어준다. 시를 노래하는 것은 시인만의 할 수 있는 어떤 고귀한 활동이 아님을 이제야 나는 안다. 시는 시라는 형식의 속박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온전한 모습의 해방된 나 자신과 마주한다.
대체적으로 나는 짧지만 강렬한 충격를 주는 시를 좋아한다. 집중력도 부족하거니와 짧은 시는 외우기도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류시화가 엮은 시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에서 소개된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의 시 <초대>는 내가 입으로 중얼거리는 시들 중 하나다. 이 시는 나에게 일종의 쾌락이자 통쾌함이다. 그것은 우리 자신을 아무런 휘장이 없어도 빛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 인간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빛이 나는 존재다. 우리는 언제나 이 사실을 망각하지만..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 - 초대
당신이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있고,
자신의 가슴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꿈을 간직하고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당신이 몇 살인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다만 당신이 사랑을 위해
진정으로 살아 있기 위해
주위로부터 비난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알고 싶다.
어떤 행성 주위를 당신이 돌고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슬픔의 중심에 가닿은 적이 있는가
삶으로부터 배반당한 경험이 있는가
또한 앞으로 받을 더 많은 상처 때문에
마음을 닫은 적이 있는가 알고 싶다.
나의 것이든 당신 자신의 것이든
당신이 기쁨과 함께할 수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미친 듯이 춤출 수 있고, 그 환희로
손가락 끝과 발가락 끝까지 채울 수 있는가
당신 자신이나 나에게 조심하라고, 현실적이 되라고,
인간의 품위를 잃지 말라고
주의를 주지 않고서 그렇게 할 수 있는가.
당신의 이야기가 진실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다른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자기 자신에게는 진실할 수 있는가
배신했다는 주위의 비난을 견디더라도
자신의 영혼을 배신하지 않을 수 있는가 알고 싶다.
어떤 것이 예쁘지 않더라도 당신이
그것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가
그것이 거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더 큰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당신이 누구를 알고 있고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당신이 슬픔과 절망의 밤을 지새운 뒤
지치고 뼛속까지 멍든 밤이 지난 뒤
자리를 떨치고 일어날 수 있는가 알고 싶다.
나와 함께 불길의 한가운데 서 있어도
위축되지 않을 수 있는가
모든 것이 떨어져 나가더라도
내면으로부터 무엇이 당신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가
그리고 당신이 자기 자신과 홀로 있을 수 있는가
고독한 순간에 자신과 함께 있는 것을
진정으로 좋아할 수 있는가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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