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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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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유재석의 유퀴즈에도 출연했던 박준 시인은 밀레니얼 세대 작가 최초로 50쇄를 돌파한 문단계의 아이돌입니다. 2012년에 출간했던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에 수록된 시 중, 함께 나누고 싶은 시가 있어 소개해 봅니다.

유재석-유퀴즈
유재석-유퀴즈

 

 


박준 시인의 말

나도 당신처럼 한번 아름다워보자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나 멀리 흘렀다.
내가 살아 있어서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저 세상에 살고 있다.
물론 이 세상에도 두엇쯤 당신이 있다.
만나면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호우주의보

                                                 

                                            박준 

 

 

이틀 내내 비가 왔다

 

미인은 김치를 자르던 가위를 씻어

귀를 뒤덮은 내 이야기들을 자르기 시작했다

 

발밑으로 떨어지는 머리카락이

꼭 오래전 누군가에게 받은 용서 같았다

 

이발소에 처음 취직했더니

머리카락을 날리지 않고

바닥을 쓸어내는 것만 배웠다는

친구의 말도 떠올랐다

  

미인은 내가 졸음을

그냥 지켜만 보는 것이 불만이었다

 

나는 미인이 새로 그리고 있는

유화 속에 어둡고 캄캄한 것들의

태(胎)가 자라는 것 같아 불만이었다

 

그날 우리는 책 속의 글자를

바꿔 읽는 놀이를 하다 잠이 들었다

 

미인도 나도

흔들리는 마음에게

빌려온 것이 적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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