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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된 일산 바지락칼국수 맛집 '바지락손칼국수'(feat. 낙지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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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리뷰를 쓰다 보면 공개하기가 망설여지는 가게들이 가끔 하나씩 있다. 도저히 돈 주고 사 먹을 수 없는 경우가 첫 번째고, 두 번째는 너무 만족스러운 경우, 나만의 맛집으로 남겨놓고 싶은 이기심이 그러하다.

오늘 소개할 바지락손칼국수집은 나만 알고 싶은 맛집으로 다녀온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음에도 리뷰를 쓸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쓰기로 결정했다.

일산 라페스타 구석에 위치한 이곳은 내가 10년 째 바지락칼국수가 생각나면 방문하는 곳이다. 지난 번 방문했을 때 사모님께 여쭤보니 벌써 20년 가까이 가게를 운영해 오셨다고 한다. 20년이라..  일산이 신도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가게를 운영하신거다. 일산에 이렇게 오래된 가게가 몇 군데 있긴 한데, 바지락손칼국수도 그런 가게 중 하나인 셈이다. 10년 째 드나들었지만 미처 몰랐었다.

 

바지락손칼국수 외관 및 주변 환경

사진을 보고 이미 눈치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곳의 위치는 일산 오코노미야끼 맛집 '벙키21'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즉, 고양세무서 바로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주변에 엄청나게 많은 세무회계사무소가 있으며, 이 얘기는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층이 뻔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런지 가게 앞마당과 전체적인 이미지가 굉장히 깔끔하다. 매일 아침 가게 앞쪽 보도를 빗자루로 쓰는 것일까. 라페스타 치고 외진 상권임에도 불구하고 고양세무서 바로 앞에서 당당히 20년 간 식당을 운영해온 사장님의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세상 깔끔한 바지락손칼국수 가게 내부와 차림표

일본의 오래된 식당을 방문해보면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있다. 다소 어지럽게 배치된 물건들 사이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게 내부에서 느껴지는 차분한 공기와 안정감, 그리고 따뜻한 정감어린 기운이 그렇다. 이곳 바지락손칼국수도 마찬가지다.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 맛있는 냄새와 상쾌한 공기가 코 끝을 스쳐 지나간다. 깨끗하고 상쾌한 기운이 인상적이다.

 

 

 

차림표는 더없이 깔끔하다. 칼국수, 손만두, 낙지볶음(기본 2인분) 세 가지 메뉴가 끝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주류도 준비되어 있다. 선택과 집중으로 20년 간 한자리를 지켜온 사장님의 경영 철학이 엿보인다. 가격도 꽤 저렴하다. 아니, 칼국수 맛을 보면 이건 이 세상 가격이 아니다. 요새 화려하기만 한 1만 원대 칼국수집이 허다하다. 그런 와중에 이 정도 가격으로 양질의 칼국수를 한 그릇 뚝딱 해치울 수 있는 건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축복이다.

 

 

 

 

오늘은 바지락손칼국수와 낙지볶음을 주문했다.

싱싱한 콩나물과 잘 버무려진 겉절이, 그리고 기본찬인 단무지와 양배추가 나온다. 개인적으로 이 겉절이 김치 맛이 끝내준다. 일산의 또 하나의 명물 일산칼국수의 김치와는 또 다른 매력이 넘쳐흐르는 겉절이다.

오늘은 바지락손칼국수와 낙지볶음을 주문했다. 남자 두명이서 먹기에 딱 좋은 양이지만, 남녀 둘이서 먹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칼국수와 낙지 볶음 양이 꽤 넉넉하다. 물론 맛도 좋다!

 

 

 

 

얼큰하고 탱글탱글한 낙지 볶음

이곳 낙지볶음은 꽤 맵다.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사람은 조금 고통스러울 수 있다. 굵은 고추가루와 고운 고추가루를 적절히 섞어서 쓴 것 같다. 언뜻 보면 양이 적어보일 수 있지만, 사실 자세히 관찰해보면 낙지 외에 다른 재료가 거의 없다. 몇 조각의 야채와 깨소금이 전부다. 낙지는 중국산이다. 그래서 가격이 저렴한 편이긴 하지만, 중국산 낙지를 수입해다가 뻘에다 몇일 풀어놓고 국내산이라고 속여서 파는 일부 양심불량 업자들보다 훨씬 믿을만하다. 

 

 

나도 매운 걸 잘 못먹는 편이지만, 이곳 낙지볶음만큼은 꽤 잘 먹는다. 바지락칼국수의 시원함과 낙지볶음의 얼큰함은 외면하기 힘들다. 낙지 몇 점을 밥에 슥슥 비벼서 입안 가득 밥 한 숟가락을 밀어 넣으면 그걸로 끝이다. 끝에서 올라오는 매운맛은 바지락칼국수로 다스려준다.

 

 

 

 

20년 된 내공이 축적된 최고의 바지락손칼국수

사진으로 이 맛을 전달할 수 없는 게 맛집 리뷰를 하는 블로거들의 슬픔이다. 맛이 있건 없건 사진으로 보면 구분이 안된다. 그래서 가능한 모든 표현을 사용해 맛을 표현하지만, 이게 참 어렵다.

이곳 칼국수 면은 윤기가 좔좔 흐른다. 한 젓가락 밀어 넣는 순간 동공이 확장된다. 면뿐만 아니라 국물이야말로 이곳 바지락칼국수의 정점을 찍는 맛이다. 얄팍한 조미료로 맛을 내지 않았다. 때문에 개운하고 슴슴한 맛이 일품이며,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함도 품고 있다. 양손으로 대접을 꽉 쥐고 국물을 들이킬때면 이 맛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남녀노소, 특정 연령에 국한되지 않는다.

탱글탱글한 바지락은 덤이다. 단 하나의 바지락도 찔끔거리지 않는다. 해감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기교를 부리지 않고도 재료 자체의 퀄리티로만 맛을 낼 수 있는 점이 바로 이곳 바지락손칼국수가 20년간 장사해온 영업기밀이 아닐까.

 

 

 

바지락칼국수를 먹는 이유는 단 하나. 바지락의 시원함과 입맛을 계속해서 당기는 깊은 감칠맛에 있다. 때문에 면의 완성도는 그렇게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쫄깃한 면발은 이곳 바지락칼국수에 마침표를 찍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배가 부르든 말든 상관없이 남김없이 바지락칼국수 국물을 들이킴으로써 식사를 마무리한다. 이곳은 이렇게 먹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보통 그렇게 된다. 

 

 

 

최고의 바지락손칼국수 한 그릇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면 기분이 좋다. 그리고 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나면 다른 사람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궁극적인 맛을 경험하고 나면 그때는 고민이 된다. "이걸 다른 사람한테 알려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보물지도를 발견한 사람은 다른 이에게 결코 공유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맛'이 문제가 아니다. '맛' 그 이상이 필요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가장 좋은 것을 알고 나서 다른 사람에게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맛'을 떠나 '멋'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맛'과 '멋'을 알아야 진정한 소통이 가능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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