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책 속의 책 명품일기 2019. 11. 25. 23:33
욕망으로 변질된 사랑의 위선 사랑은 인간의 자발성을 이끌어내고 적극적인 자유를 실현할 수 있는 열쇠를 지고 있다. 하지만 '사랑'만큼 잘못 인식되는 것 또한 없다. 사랑은 자주 욕망과 혼동되거나 욕망을 위장하는 대의명분으로써 이용된다. '너를 위해서야'라는 말로 부모의 허영심이나 타산을 위장하고 자녀를 강압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세상을 위해, 인류를 위해'라는 동기로 이루어지는 자원봉사 활동이나 종교적 활동, 또는 의료와 복지, 교육 등에도 이러한 위험이 잠재해 있다. 즉, 인류에 도움을 주는 이 활동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거나 사는 보람을 느끼고 싶다는 동기에서 행해진다면 이 역시 욕망이 위장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선행'처럼 보이는 행동이 자기 인생의 보람이나 존재의 증명을 위해 타인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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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책 속의 책 명품일기 2019. 10. 17. 01:11
노인은 지금 이런 말을 늘어놓고 있다. “무릇 인간은 자신만을 생각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세상도 생각해야 하고 국가도 생각해야 하지.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뭔가 하지 않는다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게다. 너 역시 그렇게 빈둥거리면서 지내는게 좋을 리가 없잖느냐.(....)” “그렇습니다.” 다이스케는 대답한다. 그는 아버지에게 설교를 들을 때마다 딱히 대답할 말이 없어서 적당히 둘러대는 습관이 생겼다. 다이스케가 보기에 아버지는 매사 어중간한 사고로 혼자 마음대로 단정 지어 밀어붙이기 때문에 눈곱만큼도 본질적인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지금 이타적인가 싶으면 어느새 이기적인 사고로 바뀌어 있다. 젠체하며 거침없이 말하지만 결국은 시종 잡담일 뿐이다. 애초에 그러한 아버지의 기세를 꺾..
독서/북리뷰.서평. 명품일기 2019. 9. 11. 13:10
오프라인 서점에서 마주친 도발적인 제목의 책 이즈미야 간지의는 제목만 읽어도 통쾌하다. 누군가에게는 삶의 전부 혹은 하루의 대부분을 일하는 시간으로 채우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언뜻 보면 쉽지 않은 제목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애초에 현대 사회에서 일이란, 자아 찾기나 실존에 대한 물음과 정반대 편에 위치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일 따위를 보람으로 삼고 싶지 않은데, 회사는 계속해서 일에 의미를 끊임없이 부여하기 위해 채찍질한다. 더욱이 일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여기게끔 갖가지 교모한 장치로 직원들을 부추긴다. 회사가 교묘하게 내세우는 그릇된 논리는 대표적으로 주인의식 같은 단어의 남용이다. 가족 같은 마음으로, 자신의 일처럼, 자신의 돈처럼 생각하라고 그럴듯한 가치를 내세우지만 정작 회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