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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수, 강희용의 <강남의 탄생> "강남의 속살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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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강남`이란 단어가 내뿜는 위력은 엄청나다. 자본주의 시대 부의 1번지라는 타이틀을 배제하더라도, 강남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한국 사회의 명과 암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그렇지만 정작 강남이 탄생한 역사적 배경은 잘 모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어찌 보면 간단하다. 왜냐하면 강남의 상징성은 `자본`이며, 이는 결국 돈인데, 돈의 성질은 물질적이며 표면적이다. 표면적인 관심은 표면적이지 않은 것에는 무관심하기 쉽기 때문이다. 조물주(건물주)를 꿈꾸지만, 어떻게 조물주가 되었는지, 그가 사고하는 방식이 어떠한가에 대해선 그다지 관심이 없다. 결과지상주의는 자본주의와 동의어다.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 그러나 과정에 대한 고찰 없이 목표를 이루기는 어렵다. 즉, 결과보단 과정을 살펴보고 그 과정 속에 내재되어 있는 작동 메커니즘에 대한 해부학적 시선이 필요한 것이다.
강남 역시 어떠한 역사적 과정들과 내적 동기들로 인하여 강남이 탄생되었는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종수, 강희용의 <강남의 탄생>은 강남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한국 현대사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강남은 원래 서울이 아니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한강 이남지역은 서울에 속하지 않았다. 즉, 강남은 서울이 아니였다. 현재의 영등포 지역만 서울에 속하였고 이곳을 제외하면 대다수가 허허벌판이었다고 한다. 때문에 강남이 아니라 등포의 쪽, 즉 영동지역으로 불렸다. 대다수가 농지, 습지, 과수원 등 강북 지역에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기 위한 가난한 지역이였다. 현재의 강남과는 전혀 다른 모습인 것이다. 그러던 것이 북한과 대치하는 상황 속에서 강북 지역의 인구밀도를 분산하기 위한 안보문제, 정치자금 조성, 경제 성장, 자동차의 보편화 등의 이유로 영동지역(강남)에 대한 투자와 개발이 적극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목동은 원래 판자촌이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첫 시작으로 한강대교, 고속버스터미널, 아파트, 백화점, 교회, 공공기관, 백화점, 명문고 이전 등 하나씩 퍼즐조각 맞추듯 지금의 강남의 모습을 만들어 갔던 것이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유신정권에 의한 강압과 독재, 정경유착, 부정부패가 일상적이었고, 이러한 폐단의 말로는 삼풍백화점 참사, 성수대교 붕괴와 같은 끔찍한 사건사고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더욱이 1970년대부터 시작된 아파트 건설 광풍은 땅 투기로 인한 부동산 폭등과 철거 이주민들과의 갈등을 야기시켰다. 목동의 탄생도 비슷한데, 목동의 경우 처음에는 판자촌이었나 88 올림픽을 앞두고 김포에 도착하기 전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목동의 풍경을 내버려둘 수 없어 지금의 목동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쫓겨난 목동의 이주민들은 정부를 상대로 3년간 혹독한 투쟁을 치러야만 했다. 

"역사를 새길 만한 대참사가 벌어진 곳이라면 의당 추모공원 등 비극을 기억하는 공간을 만들어야 정상이지만 그러지 못했다. 어쩌면 우리나라가 아직 그런 문화 수준에 이르지 못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라는 저자의 이야기는 한국 사회의 명과 암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무너진 상품백화점 자리에는 초호화 주상복합인 아크로비스타라는 건물이 들어섰다. 많은 것이 돈과 권력 앞에 유실되고 잊혀 간다. 높은 빌딩의 위풍당당한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황홀하지만, 그 이면에는 온갖 불법과 야욕, 사람들의 상처가 한대 어우러져 있다. 그들은 어디로 갔는지 이들은 어디서 왔는지 자본이 일으킨 강풍에 모든 것이 휩쓸려 가버렸다. 흔적도 없이. 삼풍백화점 참사 날인 1995년으로부터 22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더욱 각박해지고 개인의 마음은 회색빛으로 가득한 듯하다.

자동차가 존재하지 않던 시대에 조성된 강북 거리는 걷는 사람 중심이기에 골목길이 많고 오밀조밀하여 걷는 맛이 있다고 한다. 종로, 삼청동, 인사동, 북촌마을, 덕수궁 돌담길, 명동 등 생각해보면 끝이 없다. 반면 강남의 경우 계획 당시부터 자동차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블록 자체가 크고 널찍하다. 사람이 중심이 아닌 자동차를 중점에 둔 설계였던 것이다. 때문에 가로수길 정도를 제외하면 강북처럼 떠오르는 곳이 많지 않다. 지도를 보면 구불구불한 강북지역과는 다르게 강남지역은 자로 잰 것처럼 네모 반듯하다. 
어쩌면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지역으로 강남을 상징화하는 것은 사람보단 자동차를, 마음보단 기계를, 내면보단 물질을, 생각보단 명령과 수행을, 보이지 않는 것보단 보이는 것을 더 중시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강남은 이렇게 탄생되었고 현재도 충실히 보이지 않는 명령을 따르고 있다.

 


가장 서울다운 서울은 어쩌면 조선시대 한양도 아니고 일본이 만든 경성도 아니며,

강남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Page. 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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