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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무가야의 <비즈니스 블록체인> "블록체인 한방에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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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해주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은 설명해줘도 모른다는 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격언이 첫 장을 펼치는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설명의 문제가 아니라 독자의 태도, 즉 이해하고자 하는 욕망의 깊이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저자는 블록체인을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가능성만 예측하려 애쓰는 모습에 대해 경고한다. 비트코인의 투기 광풍 현상 역시 저자의 경고를 합리적 근거로 만들어주는 일면이 존재한다. 

 

인터넷의 흑역사


저자 윌리엄 무가야는 블록체인의 한 종류인 이더리움 재단의 고문이자, 블록체인 비즈니스 사상가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그가 내놓은 <비즈니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투자 방법에 대한 안내서가 아니다. 블록체인이 무엇인지 개념적으로 이해하고 이것이 내재하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혁신성, 그리고 미래에 펼쳐질 다양한 모습과 상상력을 집약한 책이다. 저자는 인터넷 역사와 비교하며 블록체인을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제 3차 산업혁명이라고 일컬어지는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태동했던 시기 1994~1998년 사이에(1995년 인터넷에 접속이 가능한 사람은 전 세계 1퍼센트가 안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인터넷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몰랐다고 한다. 그러던 와중에 1994년 페덱스가 웹에서 배송추적 시스템을 구현함으로써 인터넷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증명해 보인 것이다. 인터넷에 대한 불확실성은 해소되었고 사람들은 편견은 역사의 저편으로 그 모습을 감추었다. 그 후 IT산업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며 인터넷 없는 삶이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연결사회가 구성된 것이다. 인간은 인터넷 그 자체로 존재한다.

블록체인 역시 인터넷의 진화 과정처럼 같은 과정 속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아직은 추상적이고, 풀어야 할 난제들이 곳곳에 쌓여있지만, 미지의 영역들이 새로운 도전 과제들로 개척될 때마다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한다. 삼성전자, SK C&C, 신한은행 등 국내의 대기업 역시 해당 분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는 한국블록체인협회 김진화 대표가 이야기한 것처럼 건강한 블록체인 생태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것인지, 나비효과가 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부든 기업이든 간에 아직 오지 않은 것에 대한 가치판단을 어제까지 경험한 얕은 지식들로 섣불리 판단하여 결정짓지 않는 균형 잡힌 자세가 요구된다. 

 

블록체인의 시작과 끝은 신뢰성 확보


블록체인의 핵심은 탈 중앙화다.  개인과 개인이 블록체인 인프라에 연결되어 중앙 관제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개인 간의 가치교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개인 간의 거래에 있어 신뢰성을 얼마만큼 확보가 가능한가라는 점이다. 가령 은행에 계좌를 만들고 적금을 넣을 때, 은행과 국가라는 거대한 중앙시스템이 신뢰성을 담보하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 없이 자산을 위탁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업과 국가의 담보 없이 어떤 것으로 블록체인 상에서 개인 거래에 대한 신뢰도를 확보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그 해답은 블록에 합의한 내용을 기록하고 그 블록을 블록체인 인프라에 연결된 노드들과 공유하는 행위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즉 합의된 블록을 공유하고 체인 내 연결된 노드들과 해당 블록을 공유하면 제 3자의 개입 없이 신뢰성이 담보된다.
해킹이 불가능한 것도 바로 이러한 측면이다. 한 노드에 대한 정보를 수정해도 주위의 모든 노드들이 가진 정보와 비교 검증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해킹을 하려면 모든 노드들에 대해 해당 블록에 대한 정보를 수정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블록체인에 연결된 노드들은 수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신뢰성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즉, 저자의 말처럼 블록체인의 시작과 끝은 바로 `신뢰`이다. 신뢰성이 확보된 탈중앙 화가 바로 블록체인의 핵심인 것이다.

 


분야 특성상 전문용어가 많이 등장할 수밖에 없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의 핵심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과하게 긍정하는 측면도 있고,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흔적이 뚜렷하다. 하지만 책에 소개된 다음과 같은 문장들은 곱씹을 만 하다. 

"사람들이 왜 새로운 생각을 두려워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오래된 생각이 두렵다."
"풍향이 바뀔 때, 어떤 이는 담을 쌓고 어떤 이는 풍차를 만들어 돌린다." 

"중요한 것은 가치가 네트워크의 중앙이 아닌 가장자리에 존재한다는것이다."라는 저자의 이야기는 블록체인을 관통하는 철학적 시선이다. 역사적으로 비추어보아도 이러한 흐름과 일치하는 면을 찾을 수 있다. 신권이 무너진 후 왕권이 무너지고 또다시 분권화되며 자치제가 생기고 더 작은 단위의 연대 또는 그룹이 생성된다. 이러한 흐름의 마지막 종착지, 가장 가장자리에 위치한 것은 바로 개인이다. 즉 점차 가치의 전환이 더 작은 것, 작은 단위를 향해 가치가 분산되는 것, 결국에는 인문학의 끝자락, 개인 한사람 한 사람의 가치에 저마다의 시선을 두는 섬세함이다. 결국 블록체인이라는 것은 인터넷포스트모더니즘화쯤 되는 어찌 보면 당연한 흐름의 기조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의 미래 모습을 블록체인으로 한번 가늠해 보는 것도 가치있는 일이 아닐까?

 


블록체인 운영의 핵심은 '합의 도출'이다. 블록체인은 탈 중앙형 방식으로 합의를 이룬다. 하나의 중앙 데이터베이스가 거래의 유효성을 결정하던 종래의 중앙 집중형 합의 방식을 거부한다. 탈 중앙형 합의 방식에서 신뢰와 권한은 탈 중앙형 네트워크에 양도되고, 네트워크의 노드는 발생하는 거래를 공개된'블록'에 지속적으로 기록한다. 이렇게 유일무이한 '체인'으로 엮인 블록, 즉 블록체인이 생성된다. -Page.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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