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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두히그의 <1등의 습관> "지루한 미국식 자기계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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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책을 완독하고 난 후 책 제목을 유심히 살핀다. 저자의 입장에서 책 제목이야말로 숭고한 집필 과정이 집약된 농밀한 결과물의 완전체이기 때문이다. 완벽한 책 제목을 만나면 그동안 읽었던 내용들이 파노라마처럼 제목을 스치고 지나간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그렇고,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역시 마찬가지다. 故신영복 교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도 두말할 나위 없다. 찰스 두히그의 <1등의 습관>은 그런 면에서 직관적인 명료함이 있다. 동기부여, 팀, 집중력, 회사, 의사결정 등 커다란 주제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어렵지 않게 복기가 가능하다. 그러나 단순해서 조금은 흥미가 떨어진다.

미해병대의 마지막 가르침은 명령 불복종이다.
저자가 말하는 1등의 모습은 숨 가쁘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남들과 차별화되는 생산성을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누구보다 바쁘게 살아가지만 보람 있는 삶으로 인생을 가득 채우는 사람들. 저자 찰스 두히그는 수백 건의 인터뷰와 수천 건의 논문 및 연구 보고서를 바탕으로 생산성 높은 사람들의 공통분모를 탐색한다. 뒤통수를 탁! 치게 만드는 쾌도난마의 한 줄은 없지만, 방대한 연구 자료는 저자가 주장하는 바를 충실하게 지탱해준다. 미 해병대 이야기부터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의 탄생 비화까지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친근한 텍스트로 가득하다. 종국에는 명령을 따르지 않는 법을 훈련한다는 미 해병대 교관의 이야기는 익숙한 것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죽은 취미의 사회가 가져오는 슬픈 우리네 자화상
흥미로운 주제는 1장 Motivation(동기부여)다. 자발적 동기부여는 선택할 수 있는 환경으로부터 나온다. 인간과 짐승은 선택할 수 없는 상황보다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을 더 선호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도적인 결정권을 가진 개인이 강력한 동기부여를 작동시킨다고 한다. 시키는 것만 해서는 제대로 된 동기부여를 기대하기 힘들다. 수동적인 문화가 지배적인 한국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생각해 볼 문제다. 수동적인 주체는 언제나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개인과 사회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기 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간 이어져온 수동적 문화는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이야기하는 개인주의 유럽 사회를 동경하게 만든다. 한국어판 서문의 아래 내용은 나에게 있어 뼈아픈 일침이다. "지금까지 평생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기 위한 삶을 살았는데, 자기 자신을 기쁘게 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리고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사는 법을 몰라서 불안했던 것이다." 그렇다. 나를 기쁘게 하는 방법을 무엇이 있던가? 스스로 자문해보면 대답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네덜란드 역사학자 요한 호이징하(Johan Huizinga, 1872~1945)는 놀이하는 인간을 '호모 루덴스'라고 명명했다. 인간은 노동을 하기 위한 존재가 아닌 놀이하는 인간에 더 가깝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한국 사회의 수백만 미생들은 불철주야 정신적 육체적 노동에 매진하며 취미 생활조차 호화롭다고 여긴다. 더욱 슬픈 것은 자신이 무엇을 하면 기쁘고 재미있는지 모른다. 죽은 취미의 사회다.(죽은 시인의 사회 패러디)

미국식 자기계발서는 대체로 수많은 참고 문헌을 인용한다. 최근에 읽었던 <그릿> 역시 비슷한 방식을 취한다. 분명 장단점이 존재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선호하지 않는다. 수십 편의 논문과 다양한 가설들은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투적이다. 읽는 내내 지루함이 엄습한다. 책을 집필하기 위한 그들의 노고는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찰할 부분은 부족한 편이다.  차라리 옛 성인들의 명언으로 채워진 자기계발서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한 번 읽는다고 해서 결코 1등이 될 수 없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제6장> 의사 결정 中...

패자는 확신하고 승자는 모르는 것을 인정한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도박판에서 확실한 것을 찾으려 집착하고, 그런 마음이 그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뛰어난 플레이어가 되려면 불확실한 것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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