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EBS다큐프라임 <빛의 물리학> "진리를 찾아서"

728x90

 

 

 

이 세계는 우리에게 상대적인 모습으로 드러난다. 우리가 말하는 모든 가치 판단은 오직 비슷한 것들끼리 비교를 통해 말해질 수 있다. 크고 작음, 길고 짧음, 많고 적음... 등과 같은 모든 가치적 판단들은 서로를 비추면서 자신을 정의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거대한 지구도 끝도 없이 펼쳐진 광활한 우주와 비교해보면 그저 작은 점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듯 상대적 개념을 깊이 이해하고 이러한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단편적 모습에 함몰되지 않는 유연한 사고를 갖춘 지성인이 된다. 

그렇다면 이 세상 모든 것은 상대적일까? 과거에 나는 이러한 상대적 개념이 진리라고 생각했다. 절대적인 어떤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유일신을 믿는 종교는 절대적인 존재가 있다고 믿지만, 어디까지나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한 가지 방법으로써의 믿음의 철학일 뿐, 그들이 믿는 유일신에 대해서도 역사적으로 수많은 오류가 인간의 손에 의해 수정되고 번복되어왔다. 유일신과 형이상학적 이원론은 절대적 관점이라기보다 오히려 상대적 관점에서 논리적 완결성을 갖는다. 그러므로 유일신은 절대성의 후보가 될 수 없다.

경이로움 첫 번째. 광속불변의 법칙

그러나 지난 수백 년간 물리학에서 닦아놓은 빛에 관한 역사를 들여다보면 이미 절대적인 것이 하나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빛'이었다. 너무나 익숙한 '빛'이란 단어가 절대성을 갖추고 있다니, 나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 맞은 느낌이었다. 거의 한 달 내내 빛의 절대성에 관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닥치는 대로 관련된 책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중에 한 권이 바로 EBS 다큐프라임 <빛의 물리학>이었다.

빛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30만km/s의 속도를 갖고 있다. 이것은 절대적이다. 내가 그토록 놀랐던 부분이 바로 이 30만 km/s의 절대적인 속도였다. 인류 역사를 전복시켰던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은 이러한 빛의 절대성, 다른말로하면 광속불변의 법칙에 의해 완성되었다. 광속불변의 법칙에 의해 뉴턴의 법칙이 무너지고, 그동안 절대적이라고 여겨졌던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이 틀렸음이 증명되었다. 오직 절대적인 것은 빛의 속도뿐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공간이 뒤틀리고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는 장면이 연출된다. 바로 이것이 빛의 속도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모든 것은 절대적인 빛의 속도를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흘러간다. 시간도 공간도 마찬가지다. 

경이로움 두 번째. 이 세계는 허상이다.

아인슈타인이 거시세계의 법칙을 아름답게 설명했다면, 미시세계의 발전도 동시대에 이루어졌다.(비록 아인슈타인은 죽을 때까지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양자역학의 세계로 이 세계가 허상으로 이루어졌음을 밝혀낸 사건이다. 세계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원자의 내부는 대부분 텅 비어있는 진공상태다. 다른말로하면 우리 눈앞에 펼쳐진 물리적 실체는 99.9999% 진공 상태로 아무것도 없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다. 지구의 모든 물질을 한 곳으로 압축시키면 겨우 사과 1개의 크기가 될 뿐이고, 사람은 소금 알갱이보다 더 작다. 즉,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사실 실체가 없는 허상인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불교에서 마야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 마야란 개념은 이 세계가 허상이라는 뜻으로 양자역학과 불교가 일치하는 대목이다. 수천 년된 불교는 어떻게 이 세계가 홀로그램 같은 허상인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까? 과학과 영적인 영역의 연결고리가 과연 무엇일까? 혹시 그 연결고리가 '빛'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떠오른다.

 

죽음의 순간, 인간은 빛을 본다.

고대 문헌인 <티벳 사자의 서>에 따르면, 다른 여러 문헌들과 마찬가지로 사람은 죽음에 이르는 절정의 순간, 그 짧은 찰나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빛에 휩싸인다고 한다. 숨이 넘어갈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그 순간, 의식에서 무한히 펼쳐지는 엄청난 에너지의 형언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나는 감히 짐작컨대, 이러한 죽음과 관련된 공통된 현상이 빛과 관련되어 있지 않을까 추측한다. 살아있을 때 모든 현상을 유지하던 균형이 무너지면서 태초의 원인인 '빛'이 인간 의식 속에서 폭팔처럼 일어나는 것. 찰나의 순간 경험되면서 모든 속박으로부터 결계가 깨어지는 순간 빛을 경험하게 되는 것일까? 

책에 대한 리뷰를 해야하는데 글을 쓰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을 써버렸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자. 결국 모든 사유의 출발은 진리에 대한 추구다.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과학도 있고, 철학도 있고, 역사도 있고, 종교도 있다. 각자 다른 모습과 언어로 진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불교와 양자역학이 만난 것처럼 근본적인 지점에서는 하나의 일원화된 모습으로 맞닿아 있지 않을까? 이것이 나의 결론이다.
EBS다큐프라임 <빛의 물리학>은 다른 세상 속 이야기로만 여겨지던 과학과 물리학에 대한 내용이지만, 근본적으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마주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다. 하나의 복잡하고 어려운 개념이 아닌, 삶의 풍요로움을 더하고 자아 성찰을 위한 강력한 도구들일 뿐이다. 비전공자인 나도 어느샌가 여기까지 따라와버렸다.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