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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주의 <언어의 온도>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 느낄 때 우리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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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감들로 구성된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는 언어의 소중함을 일상을 통해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개인의 삶을 어루만진다. 이 책의 가치는 이기주 작가의 관찰력 높이에 근거한다. 학문의 끝자락에서 세상을 해석하는 고차원적 학자의 시선이 아닌, 가능하면 가장 낮을 수 있는 위치에서 들여다보고 발견한 것을 따뜻한 언어로 표현해낸다. 따듯한 언어로 채워진 내용은 냉랭해진 개인의 마음속에 열평형을 이루고자 책과 독자간의 온도차를 활발한 분자운동으로 줄여준다. 꽤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의 영광을 누리고 있는 것은  분자운동이 여전히 유효하며 그만큼 서슬퍼런 마음의 개인의 수요가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언어의 수많은 기능들

언어란 참으로 많은 면면을 지니고 있다.  <언어의 온도>처럼 따듯한 시선과 세심함으로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언어를 통해 온도라는 촉각적 감각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페니베이커의  <단어의 사생활>에서는 언어가 가진 문화와 계급적 특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서구권의 문화는 개인을 강조하는 측면이 강한데 이들이 사용하는 영어를 보면 알 수 있다. 개인의 감정을 표현하는 "I`m sad" 의 경우 I(나)라는 개인을 지칭하는 단어가 명확하게 들어나지만 집단을 강조하는 동양권에서는 "나는 슬프다"가 아니라 그저 "슬프다" 라고 한다.  `나` 라는 단어는 무시된다. 또한 계급과 지위가 높을수록  `우리`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고 계급이 낮을수록 `나`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기도 한다. 대통령과 CEO의 연설을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즉, 언어속엔 문화와 계급적 특성이 압축되어 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처럼 언어와 자본의 연결고리도 빼놓을 수 없다. 이처럼  언어속에는 문화와 역사, 자본 그리고 촉각적 감각까지 맥락화 한다. 인터넷 창만열면 하루 10분 한달 완성이니  100일의 기적 따위의 허위과장광고는 언어의 소중한 면면을 짓밟고 언어의 가치를 단순히 정복해야하는 대상으로 일순간 격하시켜버리는 언어농단사태로 보인다.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50% 할인중인 온라인 수강신청보다 언어로된 책을 읽고 곱씹으며 삶의 풍요와 깊이를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비로소 저자의 경험담처럼 `사람`이라는 단어를 치다 오타를 냈는데 그것이 `삶`이었다는 순간적 깨달음에 멈칫할 수 있는 능력이 부여된다.

보이는대로 느낄 수 있을 때 아름다움은 그곳에 있었다.

온도라는 말처럼 상대적인 것도 없는 것 같다.  일반명사인 점을 제외하고도 말이다. 무더운 한여름 온도라는 단어는 어딘지 모르게 질척거리는 열덩이처럼 느껴진다. 반면 한겨울 날씨에 온도라는 단어는 입만 벙긋해도 한기가 스며드는 것처럼 춥다. 온도의 입법자인 자연은 상황에 따라 항상 적정함을 명령하지만 같은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조차 추운사람도 있고 더운사람도 생긴다. 온도라는 녀석은 날씨와 장소에 상관없이 항상 그 언저리 비슷한 온도로 머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다르게 느끼는 것은 개인의 마음이, 마음이 구체화되어 밖으로 표출되는 언어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마지막장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 우리는 행복하다..." 고. 덥거나 춥거나 하는 것 때문에 아름다움이라는 객관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어떠한 이유들로 방해받고 있는 것이다.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발견의 대상이라고 했던가. 결국 삶의 풍요로움은 개인의 감상의  폭의 크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저자가 인용한 "참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게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역시 그러하다. 

베스트셀러와 힐링서적의 조합은 책덕후들의 주된 폄하 포인트지만 책의 내용처럼 "원래 그런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은 원래 그렇지 않은 것들로만 존재해 있다."라는 말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을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사생아 천국으로 만드는 뻔한 공중파 드라마를 보는 것보다 뻔하지만 그래도 책한권 읽는 시간이 훨씬 값어치 있다는데 동의한다면 이기주작가의 <언어의 온도>를 읽어보길, 아니 느껴보길 추천한다. 

"처음에 너를 알고 싶어 시작했지만 결국 나를 알게 되는 것, 그것이 사랑일지 모른다." 화살표 방향이 방향전환을 시작할 때 사랑이라는 단어는 사람이 되고 사람이라는 단어는 삶이 된다. 사랑, 사람, 삶 세단어는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를 통해 각자의 단어가 단 1도의 온도차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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