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 "이성과 감정의 충돌"

728x90

 

소설 <파리대왕>은 198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으로 작가 윌리엄 골딩은 세계 1차대전과 2차대전을 모두 겪은 인물이다. 한 인간으로서 직접 경험한 전쟁의 참상은 개인의 내면에 씻을 수 없는 파편의 흔적을 남긴다고 여겨짐이 옳다. 살육의 현장을 경험한 개인이 창조해낸 소설은 인간이 그리는 인간 자체의 모습과 본능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며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야생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이성과 감정의 충돌

<파리대왕> 역시 그러하다. 한 무리의 아이들이 무인도에 불시착한다. 이성과 감정 사이에 적절한 자기통제를 발휘할 수 없는 아이들은 구조요청이라는 가장 중요한 이성적 목표를 망각한 채 사냥이나 수영과 같은 눈에 보이는 것들에 집착한다. 저자는 이러한 야생의 공간 한복판에 이질적인 존재를 투입시킨다. 그들은 어리지만 다분히 이성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다. 이성적인 인물들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조요청을 위한 봉화라고 주장한다. 때문에 생각없이 행동하는 철없는 아이들을 힐난하고 비판하는 가운데 갈등이 고조된다. 이성적인 아이들은 결과를 알 수 없고 장담할 수도 없지만, `연기피우기`라는 행위를 가장 중요한 실천덕목으로 여기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당장 눈앞에 보여지는 돼지고기의 존재, 사냥이라는 행위를 가장 숭고한 활동으로 격상시킨다. 인간의 본성과 직결되는 거부할 수 없는 욕구였다. 때문에 이성적 존재들은 점차 입지가 위태로워지며 야만으로 치닫는 무리의 집단으로부터 공격받고 도망친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인도에서 불안과 위협으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성을 잃은 절대 다수의 아이들은 점점 광기에 휩싸이며 끝내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윤리의식과 도덕적 의무는 파리처럼 하찮은 것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성의 끈을 상실한 채 소설은 막바지로 치닫게 된다. 

죽음을 가까이 마주한 극한의 상황에서 개인이 발휘해야하는 능력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성과 감정의 팽팽한 줄다리기다. 어느쪽도 승자가 될 수 없는 영원한 줄다리기 말이다. 이성이 지나치게 되면 개념에 갇히게되고 맹신하게 되며, 감정이 지나치면 논리의 부재로써 짐승과 다를 바 없는 존재로 타락한다. 소설 중 "짐승이 무서운 게 아냐. 물론 짐승이 무섭기도 해. 그러나 정작 무서운 것은 아무도 봉화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야." 처럼 이성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지성과도 멀어지며 짐승보다 더한 비인간적 존재가 될 때, 저자 윌리엄 골딩은 인간이 가진 내면 깊숙함의 야만적 본성이 표출된다고 이야기한다. 중요한 것은, 인간은 본질적으로 야만적인 존재가 아니라,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야만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파리대왕으로 독서토론을 진행했다. 민음사를 읽고 오신 분들은 번역의 난해함으로 모두 중간에 읽기를 포기하셨다. 그나마 문예출판사의 파리대왕은 읽기가 수월한 편이었는지 끝까지들 읽으셨다. 노벨문학상처럼 여타 문학적 위치에 관한 타이틀이 부여된 책은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역의 난해함은 진귀한 재료를 상한 양념으로 요리하는 것과 진배없다. 
번역의 난잡함으로 우화적으로 표현한 소설이 우화(憂火)스럽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문예출판사의 <파리대왕>을 추천한다.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