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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무의 <손자병법> "시간과 공간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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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다." 누구다 알고 있는 손자병볍에 대한 이야기들. 읽진 않았지만 누구나 다 알고있는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마법의 문장들이다. 실제 손자병법을 읽어보면 실제 지혜와 재미가 가득하다. 

손자병법 제 7편은 `군쟁`에 관하여 서술하고 있다. 군쟁이란, 전쟁을 승리로 가져가기 위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적과의 싸움이다. 이른바 교두보를 위한 거점 점령 행위다. 군쟁에서 승리한 군대는 적은 병력으로 상대를 제압하기도 한다. 거점을 점령한 자는 여유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에서 군쟁의 의미는 승리와 직결될 수 있는 중요한 싸움이다. 저자는 군쟁을 이렇게 묘사하는데 그 문장이 참으로 철학적이다. "어떻게 시간을 공간으로 바꾸고 공간을 시간으로 바꾸는가?" 뜬구름 잡는 소리 같지만 손자병법 전체를 관통하는 커다란 깨달음 중 하나가 이 문장에 담겨 있다.

어떻게 시간을 공간으로 바꾸고 공간을 시간으로 바꾸는가?

시간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공간이란, 물리적인 측면으로 눈에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다시말해보면 "어떻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눈에 보이는 것으로 바꾸는가?"로 바꿀 수 있다. 앞서 애기한 군쟁에 비추어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시간이고 그 시간을 잘 활용하여 눈에 보이는 공간인 거점을 점령한다는 의미다. 삶의 수많은 측면이 이 문장 속에 압축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떠한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시간이란 보이지 않는 행위이며 이를 통해 공간이라는 목표 달성으로 볼 수 있겠다. 결국 공간은 시간으로부터 나오게 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간으로부터 시간이 나타난다. 저자 손무의 가장 뛰어난 점은 바로 이러한 특유의 역설적인 사고방식으로 책 전체를 관통한다.

손자병법 제 4편의 `형`, 5편의 `세` 합치면 형세도 이러한 맥락을 아주 잘 보여준다. 흔히 우리가 스포츠를 보거나 경쟁관계에 놓인 것들의 우위를 논할 때 형세가 어떻다는 이야기를 한다. 바로 그 형세라는 것은 서로 대비되는 개념으로 보완관계를 이루는 동전의 양면처럼 앞서 이야기한 시공간의 이야기와 일치한다. `형`은 공간처럼 물리적인 측면이 강하고 `세`는 시간처럼 보이지 않는 것, 즉 정신적인 측면과 같다. 군대의 형이 아무리 잘 조직되어 있어도 세가 불리하다면 그 군대는 병력의 규모에 상관없이 소수의 적에게 패하고 많다. 즉, 세란 군의 사기다. 반대로 군의 사기가 아무리 높다 해도 형이 과하게 약하면 무모함이 되며, 무모함은 패배로 이어진다. 이 또한 역설법으로 묘사하자면 형은 세로부터 나오고 세는 형으로부터 나온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영혼의 당위성을 제자들에게 설파할 때 이러한 역설법으로 논리를 세웠다. 육체는 어디서 오는가? 그것은 육체에 대치되는 개념인 영혼이 있기 때문이며 영혼 역시 육체가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간단히 다른 예를 들어보면 길고 짧은 것도 서로의 모습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길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짧은 것이 있기때문이고, 짧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역시 긴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긴 것은 언제든 짧게 될 수 있으며 짧은 것은 언제든 긴 것이 될 수 있다. 길고 짧은 것은 둘러싼 환경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며 유동적이기 때문에 변화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추적해야 한다.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개인은 유연하며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변화의 대응력이 높은 추적자가 그것을 행동으로 나타낼 때 손자병법의 제3편 `모공`, 즉 책략이 된다.


저자 손무는 전쟁은 결국 경제적 이득을 얻기위한 행위로 본다(또는 분노로 인해). 이기고도 지는 것은 무의미하며 장기전이나 공성전, 화공은 경제력을 크게 소비시키고 파괴하기 때문에 최하의 전략으로 삼는다. 요즘 말로 가성비가 최고라는 의미로 손무도 가성비를 따지는 남자인 것이다. 때문에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고 어쩔 수 없이 싸운다면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단시간에 끝내야 한다고 한다. 


전쟁을 바라보는 경제적인 관점에 대한 통찰뿐만 아니라 책 전반에 나타나는 삶의 동작메커니즘들이 매력적이다. 이 책은 지혜의 영역을 다루고 있다.


나는 지금 시간을 소비하며 블로그라는 공간을 창조시키고 있는 중이다. 소비되는 그 시간속에서 활발한 정신적 화학작용이 일어난다. 블로그는 완전한 공간적 요소인 동시에 또 다른 2차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촉매제가 되어 시공간 사이 반복되며 순환하는 가치를 만들어낸다.
글을 쓰며 정리하는 공간적 행위를 통해 깨달음을 줄 수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적 가치를 다시 나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다. 맞다. 참으로 그러하다. 공간은 시간으로부터 나오고 다시 시간은 공간으로부터 나온다. 시간은 공간을 만들어내고 공간은 시간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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