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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 "뜻밖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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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 만난 세계, 아프가니스탄

20세기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훌륭한 문학 작품이다. 최고의 책이라는 각종 언론의 찬사는, 때론 언론도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는 우리의 기억 속에 반군, 이슬람, 탈레반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당장 인터넷 창을 열고 아프가니스탄이란 단어로 검색하면 군인과 탱크, 그리고 총 한 자루 걸치고 심각한 표정으로 우리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무장 세력의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정작 아프가니스탄의 속살을 들여다볼 기회는 없다. 그들의 세상도 사람 사는 세상일 텐데 외부의 시선은 가혹하기만 하다. 우리를 지배하는 관념들이 미디어 매체와 언론으로부터 얼마나 쉽게 지배당하고 잠식당하는지를 뼈저리게 느낀다. 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되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모습을 통해 희로애락을 경험한다는 사실은 지구라는 울타리 속 인류는 모두 하나라는 점을 비밀스럽게 들추어낸다. 그래서 더욱 애착이 생긴다.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한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나는 주인공 아미르에게는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충직한 하인 알리, 그리고 그의 아들 하산이 있다. 하산은 도련님 아미르에게 정성을 다해 친구가 되고 하인이 된다.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라고 외치는 하산의 목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 어린 시절 아미르는 가끔 하산에게 짓궂은 심술을 부리지만, 하산은 결코 등 돌리는 법이 없다. 계급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아미르와 하산은 많은 시간을 함께 공유한다. 둘 사이에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견고함이 가득하다. 아미르의 가족 역시 그들의 하인을 소중한 가족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오랜 시간을 함께 동고동락한 그들에게 뜻하지 않은 불행이 찾아온다. 그것은 아미르의 용서받지 못할 행동, 그리고 그 행동을 알고도 여전히 주인 아미르를 그리워하는 하산은 끝내 돌이킬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든다. 주인님을 당당히 자신의 친구라고 이야기하는 하산, 친구라는 단어가 좀처럼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아미르. 아미르는 하산을 배신하고 자기 자신도 배신한다. 자신의 용서받지 못할 행동으로 상처 입은 아미르의 영혼은 끊임없는 고통 속에서 방황한다. 반면, 하산은 언제나 그렇듯이 변하지 않는 충성심으로 아미르를 그리워한다. 비록 하산의 물리적 위치가 하인이지만 그가 보여주는 태도는 계급적인 차원을 뛰어넘는다. 변하지 않는 소중한 그 무엇이 수 천년 내려온 귀족 가문의 보배라면 하산의 영혼은 보배 그 이상의 숭고함이 깃들어 있다. 하인 하산이야말로 귀족의 영혼을 갖추고 있다.



아미르의 아버지 바바란 인물이 보여주는 모습도 굉장히 흥미롭다. 바바는 호탕하고 강직한 인물이다. 과거의 잘못을 속죄받기 위해 모범적인 모습을 언제나 유지한다. 죽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그의 신념은, 그의 아들 아미르가 반드시 본받길 원하는 것 그 이상이다. 그러나 유약한 아미르는 바바의 기대치를 항상 벗어난다. 하산의 도움으로 운 좋게 연날리기 대회에서 1등을 해 아버지의 환심을 사지만, 그것도 곧 잠잠해지고 만다. 소설 마지막까지 바바와 아미르의 부자 관계는 좁혀지지 못하고, 이미 멀어져 버린 하산의 존재는 잊을만하면 바바의 입을 통해 슬그머니 찾아와 아미르를 괴롭힌다. 자신의 하인과 비교당하는 아미르의 심정은 어떨까? 작가 알레드 호세이니는 바바의 모습을 통해 마지막 장까지 독자의 뒤통수를 `탁`치게 만든다. 아미르와 하산, 그리고 바바가 그려내는 이야기 3중주는 독자들에게 아름다운 선율을 선물한다.


적당한 긴장감 속에서 소설은 훌륭한 플롯을 유지한다. 우정과 배신, 그 속에 내재한 인간성에 대한 불편한 심리는 이 소설을 관통한다. 인간의 선악을 검증하려는 듯이 여러 차례 상황적 고발을 시도한다. 
유약한 성격의 한 소년이 어린 시절 저지른 잘못을 속죄하기 위해, 가족을 포함한 모든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고 불덩이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점이다. 고민해 볼 문제다. 속죄와 구원이라는 소설의 프레임은 종교적 시각이 뚜렷하다.

이 소설의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역사적 맥락도 충실히 반영한다는 점이다. 아프가니스탄은 사실 세계에서 가장 평등한 나라로 자부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소련의 침공으로 나라가 무너지고 내전이 발생하면서부터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그런 이미지의 나라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국의 쌍둥이 빌딩이 무너졌다. 중동 전쟁, 석유 전쟁, 아프리카 반군과 내전 등 침략의 역사는 이러한 의문점에 타당성을 부여한다. 지리학적 위치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약소국을 침범하는 강대국들은 많은 사람들의 자유와 권리, 그리고 행복을 박탈한다. 소설을 통해 스쳐 지나가는 아프가니스탄의 역사가 그 사실을 반증한다. 그래서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는 재미뿐만 아니라 격조 있는 문학 작품으로 더욱 빛을 발휘한다. 일독을 권한다.

 


자신이 말하는 모든 것에 진심을 담는 사람들은 늘 그렇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Page.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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