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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리스, 잭 트라우트의 <마케팅 불변의 법칙> "마케팅은 곧 인식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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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이란 결국 모든 것을 총칭한다.

마케팅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생산자가 상품 또는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유통하는 데 관련된 모든 체계적 경영활동이다" 어떠한 것을 세상에 유통하기 위한 관련된 모든 활동을 통칭하는 뜻이다. 즉, 우리가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마케팅이란 단어 속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개념들이 포괄적으로 압축돼있다. 단순히 기업 활동의 한 부분으로만 판단하기에는 마케팅이란 단어가 주는 익숙함에만 길들여져 마케팅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 경영 측면 외에도 한 사람의 인생도 어쩌면 마케팅이란 단어로 포섭이 가능하다. 때문에 마케팅의 운명이 기업 경영 활동에 관련된 사람들의 관심만 받아서는 곤란하다. 마케팅이란 나를 세상 앞에 내놓고 세계 속에서 나를 유통하는 데 관련된 모든 삶의 행위로 보아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즉, 마케팅이란 나 자신을 경영하기 위해 어떠한 방식으로 삶을 영위할 것인가?라는 메타적 사고와 연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제법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 

사실 이 책은 마케팅의 역사적 배경이나 정의, 어원들을 소개하지 않는다. 근래 유행하는 마케팅의 트렌드나 기법과도 거리가 멀다. 책 제목처럼 결코 변하지 않는 마케팅의 22가지 불변의 법칙을 다양한 연구와 사례들을 통해 직설적인 언어로 소개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불변이라는 것에는 의심스러운 구석이 많다. 인류학자 유발 하라리의 이야기처럼 이 세상의 가장 위대한 상수는 `변화`라고 하지 않았던가? `변화`라는 속성이야말로 진리의 몇 안되는 위대한 후보자이기 때문이다. 위대한 변화 앞에서 '불변'의 마케팅이란 것이 무엇인지 비교해가며 읽는 것에 기대감이 고조된다.

새로운 판을 만들 수 있는 전략적 사고를 통해 최초가 되어라
어찌 됐든 저자가 이야기하는 불변의 법칙 중, 리더십의 법칙을 보면 공감할 만 하다. 더 좋기보다는 최초가 될 수 있는 영역을 만들어내라는 것이다. 이미 짜인 판 안에서 똑같은 아이템으로 소모전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판을 짜는 창조적 행위인 것이다. 남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경쟁하는 순위 다툼이 아니다. 새로운 판을 만들어내는 전략적 사고를 통해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고 그 짜인 판의 최초의 리더가 된다. 이것이 저자가 이야기하는 리더십의 법칙이다. 
개인의 삶 역시 동일하다. 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판 안에서 움직이면 끊임없는 경쟁만이 존재한다. 이미 리더는 정해져 있으며 개인은 제일 밑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는 '누구누구처럼 되고 싶다'라는 꿈은 당위성을 확보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누구누구처럼 될 수 없다'라는 현실을 경험한 개인의 마음은 황폐해지고 마지막 남은 자존감까지 소진된다. 경쟁이 심화된 사회는 피로 속에서 침식하며 전략적 사고를 통한 구제의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때문에 새로운 판을 만들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의 가치를 내재화하는 것이 아닌, 내 안으로부터 내 안의 그 무언가를 밖으로 발산시키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내가 창조한 나만의 영역, 그 판 안에서 최초의 리더가 된다. 이것이 리더십의 법칙이다. 마케팅이나 개인의 삶이나 동작 메커니즘은 동일하다.

마케팅이란 결국 제품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다.
그 밖에도 가장 흥미로웠던 인식의 법칙이 있다. 인식의 법칙은 22가지 법칙 중 주제와 직결된다. 모든 법칙들은 인식의 법칙으로 수렴한다. 인식의 법칙은, 마케팅은 제품의 싸움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제품이라 할지라도 사람들의 인식에서 멀어지면 실패한다는 법칙이다. 다음과 같은 이야기는 마케팅에서 철학으로 이동하려는 심오한 시도로 보인다. 멋진 문장이다. "사람들은 마음 밖 세상이 진짜이며, 각각의 개인은 지구라는 우주선에 올라탄 작은 점 같은 존재라는 생각에 매달려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다. 당신이 확신할 수 있는 오직 하나의 현실은 당신의 인식, 그 내부에 있다. 우주가 존재하는 곳은 당신의 마음,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마음 속이다. 이것이 바로 마케팅 프로그램이 다루어야 할 진짜 현실이다." 어떠한 제품도, 서비스도, 더 나아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이 세상도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실패, 즉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의 세계와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20세기 철학자 장 폴 사르트의 저서<존재와 무>에서 "존재는 본질에 선행한다."라는 실존주의 제1원칙과 동일한 논리다. 조금 더 확장해보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우리의 인식 속에 존재하며 우리가 인식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마케팅은 존재의 선행을 통한 인식의 싸움, 그리고 이러한 인식을 통한 소비자의 선택으로 이어진다. 즉 마케팅은 선택의 문제로도 볼 수 있다.

다양한 관점에서 접하기 좋은, 썩 괜찮은 책
1993년에 출간된 이 책은,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나버렸기 때문에 현재의 시점에서 이 책의 가치를 논하기에 수월한 편이다. 저자가 실패한 마케팅의 사례로 지적했던 트럼프는 현재 미국 대통령이 되어 훌륭한 마케팅의 표본이 되고 있다. 불변의 것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마케팅 역시 사람이 만든 것이고 그것을 관장하는 것 역시 사람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마케팅도 인문학의 한 갈래다. 때문에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 세상에 불변하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눈에 보이는 것이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든 불변이란 표현은 일부분 자본의 유혹에 충실하게 응답한 마케팅의 수완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설적이고 단순한 표현은 쉽게 읽히고, 충실하게 등장하는  IBM, 포드, 애플, 도요타, 듀라셀, 질레트 등 우리에게 친숙한 글로벌 기업들의 이야기는 꽤 설득력있따.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도 충분하고 직무 전문가의 입장으로 읽어도 좋고 나처럼 인생사를 논하며 읽어도 꽤 괜찮은, 그런 책이다.

 


IBM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인가?....
지금은 모든 것을 상징하고 있으니, 이는 곧 아무것도 상징하고 있지 못하다는 말과 같다. -Page.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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