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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내가 뽑는 최고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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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란 무엇인가?

19세기 중반 출간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은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를 담고 있다. 150년 전 출간된 이 책은 우리 사회가 품어야 할 중요한 것들을 가득 품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머릿속에 그려보았지만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는 주제가 바로 자유란 무엇인가? 일터이다. 답이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답이 없다고 해서 자유란 가치에 대해 맹목적으로 그것을 이야기하고 쉽게 결정을 내려버린다면 우리의 삶은 현재의 자리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은 현대인이라면 반드시 한 장 한 장 읽고 곱씹으며 그가 말하는 바를 가슴 깊이 이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가 이야기하는 생각과 토론의 자유, 개별성 그리고 사회와 개인 간의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한계에 대한 격조 높은 문장들은 왜 우리가 자유론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를 충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생각과 토론의 자유를 극단까지 밀어붙인 철학자
“전체 인류 가운데 한 사람만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은 옳지 못하다. 이것은 어떤 한 사람이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나머지 사람 전부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만큼이나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밀은 생각의 자유와 토론의 자유를 강력하게 주장한다. 전체 인류 중에 단 한 사람만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극단적인 전제를 하면서까지 밀은 생각의 자유와 토론의 자유를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밀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라 여겨지는 종교적인 영역에도 거침없이 발을 들여놓는다. 그리스도교 역시 다양한 의견을 허용해야 진리를 찾을 수 있다는 원칙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관습과 통설에서 오는 편협함이 아니라 넓은 관용의 폭만큼 그 사회는 자유롭게 될 가능성이 크고 그만큼 진리에 다가갈 기회가 많아진다.
예수를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는 말처럼 허무맹랑함이 아니라 그 어떤 악마적인 어떤 것, 부정성의 모습에도 다수의 의견 속에 깃들어 있는 진리만큼이나 많은 진리들이 담겨 있기 때문에(어쩌면 더 많이) 반드시 소수의 그 어떤 것도 토론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음과 같은 밀의 이야기는 그의 사상을 잘 보여준다. “다른 의견을 가질 자유와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인간의 정신적 복리를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첫째, 침묵을 강요당하는 모든 의견은,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어도, 진리일 가능성이 있다. 이 사실을 부인하면 우리 자신이 절대적으로 옳음을 전제하는 셈이 된다. 둘째, 대립하는 의견들을 서로 부딪히게 하는 것만이 나머지 진리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셋째, 통설이 진리일지라도 진지하게 시험을 받지 않으면 사람들은 이해하지도 느끼지도 못한 채 그저 하나의 편견과 같은 것으로 간직하게 된다. 넷째, 그렇게 되면 의미 자체가 실종되거나 퇴색되면서 사람들의 성격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하나의 헛된 구호로 전락한다.” 여기서 밀이 이야기하는 인간의 정신적 복리란 인간이라면 누구나 추구하는 그 무엇이다. 밀은 진리라고 일컫기도 하고 행복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며 무언가 좋은 것을 향해 나아가는 그 모든 것들을 총칭한다. 인간의 정신적 복리가 가득한 사회는 생각과 토론의 자유가 무지개처럼 펼쳐지는 눈부신 환희와 같다.

획일화의 지옥에서 우리는 벗어나야 한다.
생각과 토론의 자유만큼이나 개별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밀은 강조한다. “대중 여론은 조금이라도 개별성을 발휘하는 것을 용납하려 하지 않는데, 현재 그것이 흘러가는 방향에는 한 가지 특성이 있다. 그들은 취미나 하고 싶어 하는 일에 대한 욕구가 그리 강렬하지 않기 때문에, 관례를 벗어난 것은 기피하려 든다. 다른 사람이 관습과 어긋나게 행동하는 것을 이해하지도 못한다. 그런 모든 행동을 야비하고 무절제한 것으로 치부하면서, 경멸하기까지 한다.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하다. 오늘날 사람의 행동을 규칙화하며, 일상적인 기준을 넘는다 싶은 것은 막으려 드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 특히 우리 한국 사회에서는 다수의 횡포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최근 발표된 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다양성이 인정되지 않는 나라’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150년 전 쓰인 <자유론>은 대한민국에겐 높은 채찍처럼 매섭다. 다수의 생각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개인, 특히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조직 내에서는 더욱 고약한 형태로 이러한 사람들에게 꼬리표를 붙이고 침묵을 강요한다. 자신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성찰조차 없는 야비한 모습이다. 취미나 하고 싶은 것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측은하기까지 하다. 자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자유로운 인간의 본원적 모습이다. 이러한 맛을 느껴본 자만이 개별성을 획득하며 그것을 통해 진정한 다수의 선을 위한 동작 메커니즘을 깨달을 수 있다. 너무나 획일화된 사회는 지옥 그 자체이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것은 ‘동일 자의 지옥’으로 정의된다. 밀 역시 오늘날의 영국을 있게 만든 것은 ‘동일 자의 지옥’ 속에 포섭된 다수가 아닌, 다른 종류의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한다. 구구절절 옳은 이야기다. 밀은 덧붙여 이들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한다. 니체 역시 “약한 자들로부터 강한 자를 지켜야 한다."라고 이야기한다. 세계 인류가 여기까지 온 것은 언제나 변두리에서 그 발화점을 찾을 수 있다. 변두리란 다수가 아닌 소수의 작은 점과 같다. 우리는 조금 더 관용의 폭을 끌어올려 개별적인 존재들이 더욱 활개를 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어떤 사회라도 반드시 역행과 퇴보를 면치 못 할 것이다. “발전 원리는 자유를 사랑하든, 아니면 개선을 사랑하든, 그 형태에 관계없이, 관습의 횡포에 대해서는 적대적이다. 관습의 굴레로부터의 해방을 포함하지 않으면 발전 원리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이 둘의 싸움이 인간 역사를 규정하는 기본 변수가 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세계의 대다수 지역에는 역사가 없다. 왜냐하면 그곳에서는 관습의 전횡이 극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특성상 모든 것이 전시되고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긍정성의 폭력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자유의 가치는 소멸되고, 개별성은 흐려지며 멋져 보이는 누군가를 은근슬쩍 따라 하기 바쁘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고 16비트 리듬에 맞춰 힙합 가사를 채우지만, 그 누구보다 트렌디한 모습은 자가당착적 모순일까? 아니면 위대한 선구자의 용기 있는 모험인 걸까? 생각해 볼 문제다.

우리 자신에 대한 최고의 적임자는 바로 나, 우리 자신

밀의 이야기처럼 우리 자신에 대한 최고의 적임자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자기 식대로 인생을 산다. 그렇게 인생을 살아가다 일이 잘못돼 고통을 당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결과를 맞이하는 것 또한 다른 사람이 좋다고 생각하는 길로 억지로 끌려가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인간은 바로 그런 존재라고 한다. 가슴이 뻥 뚫리는 통쾌한 문장이다. 만일 수많은 책들 중에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베껴 써야 한다면 나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것이다. 그리고 내가 어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베껴 쓰고 있다면 아마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때문일 것이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단 한가지 자유와 더불어 이 책을 통해 깨달은 바가 있다면 세상에 절대적으로 옳은 인간은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라는 가치 역시  인류 역사가 지속되는 한 그 의미는 영원하리라 본다. 그 안에 이 책이 살아 숨 쉬는 것 역시 의심의 여지가 없다. 좋은 문장과 사색들로 홍수처럼 범람하는 이 책을 힘주어 추천한다. 좋은 책임에 틀림없다.

 


오늘날 당사자에게만 영향을 주는 일인데도 너무나 쉽게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무절제한 생활을 하면 여러 가지 좋지 못한 일이 생기고 그에 따라 자식들의 삶이 비참해지거나 망가져버리게 되는데도, 그런 사람에게 그 어떤 제약을 가하는 것도 거부하는 쪽으로 자유에 대한 생각이 흐르고 있다. 자유를 비상하게 존중하는 마음과 자유를 존중하는 마음이 비상할 정도로 부족한 현상이 함께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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