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 노통브의 <겨울 여행> "읽지 말아야할 소설"
- 독서/북리뷰.서평.
- 2019. 8. 11. 19:28
사랑에 관한 주제는 말이 많다. 특히 젊은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는 더욱 그러하다. 고집 센 사람도 사랑 이야기 앞에서는 우선 주의 깊게 듣는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사랑 이야기 앞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조금은 내려놓는다. 사랑이란 주제는 이처럼 사람들을 조심스러운 바보로 만든다. 그것은 우리가 일생을 살아오면서 누구나 한 번쯤 사랑에 대한 경험을 해본 것과 동시에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알기에 사랑에 대해 가볍게 떠드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 고민의 흔적 없이 사랑에 대한 정의를 쉽게 내린다면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 사랑을 글로 배운 논리적인 지식인 이거나, 전설적인 바람둥이 돈 후안 이거나.
아멜리 노통브의 <겨울 여행>은 젊은 남녀의 사랑에 관한 짧은 소설이다.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증오심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다 결국 광기 어린 파국과 마주하게 된다. 이해할 수 없는 남자의 사랑법에는 지독하게 유치한 구석이 숨어있다. 여자의 사랑을 확인받기 위해 환각 작용이 있는 독버섯을 여자에게 권하며 욕망을 채우려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반면 여자의 경우에도 쉽게 공감할 수 없는 구석이 많다. 스스로 자립할 수 없는 자신의 운명을 억지로 받아들이면서 그 운명 안에서 스스로 창조해낸 규율을 단 한 치의 오차 범위도 허용치 않으려는 고집스러운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그녀의 내면을 살펴볼 기회조차 차단한다. 그녀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은, 온 세상이 전부 하얀 눈으로 덮여버려서 그 안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아무것도 파악할 수 없는 겨울을 여행하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제목이 <겨울 여행>이 아닐까? 남자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투정만 부리다 끝나버리는, 맥 빠지는 소설이다.
사랑의 무대 위에 세워진 두 남녀의 로맨스는 짧은 소설 분량만큼이나 무지몽매하다. 재미와 자극적인 요소가 사랑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기에는 너무 돌출되어 앞서있다. 오스카 와일드의 "모든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죽인다."라는 명언까지 인용하기에는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아멜리 노통브를 향한 많은 찬사들이 무색할 정도로 <겨울 여행>은 가벼운 텍스트로 읽힌다. 참을 수 없는 소설의 가벼움쯤 되겠다.
사실 본인은 소설에 대한 지식은 안타까울 정도로 빈약하다. 그러나 작가가 선택한 소재는 그 소재에 대한 작가의 능력을 시험대에 올려놓는 것과 동일하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그것이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면 더욱더 그렇다. 그러나 아멜리 노통브도, <겨울 여행>도, 특별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좋다, 나쁘다의 의견도 귀찮다. 그저 무관심이란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나도 왜 서평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발닦고 잠이나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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