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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인간관계의 단순한 비밀을 보여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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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고민은 인간관계로부터 출발한다.

삶의 여정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를 꼽으라면 단연코 나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이라고 말하고 싶다.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로부터 출발한다. 타인을 향한 절대적 무지는 우리를 깊은 심연의 끝자락으로 인도한다. 애초부터 타인을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단지 우리는 타인을 향해 다가가려고 노력할 뿐이다. 나와 타인과의 관계는 방향만이 존재하는 나침반이다. 타인의 세계에 도달했다는 공간적 착각은 즉각적으로 나와 타인 사이에 균열을 일으킨다. 자기계발서의 원전이라고 불리는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은 그런 면에서 훌륭한 지침서이자 나침반이다. 침몰하는 인간관계의 구원투수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의 원제는 인간관계론이 아니라는 점이다. 원제는 ‘How to Win Firends and Influence People’이며, 직역하자면 ‘친구를 만들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법’이다. 쉽게 이해하자면 ‘친구 만드는 방법’쯤 된다. 원제가 더욱 애착이 가는 것은 이 책이 씌여진 1936년 만큼이나 현재 우리에게는 친구가 절실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작금의 초고도화된 사회만큼이나 인간관계에서 오는 거대한 피로감은 우리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그래서일까? 둘보다는 혼자가 편하다. 외로움을 감수할 만큼 타인에 대한 피로감이 두렵다. 이제는 더 이상 혼밥, 혼족, 혼술에 대한 시선이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혼자하는 생활은 누명을 벗어던지고 당당히 우리 사회의 한 문화로 정착되어가고 있다. 옆 나라 일본은 오래전부터 이러한 문화를 꽃피우고 있다. 한국보다 일본에서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출간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기계발서의 원전이라고 불리는 카네기의 책에 집중할 이유가 분명해 보인다.

미국식 자기계발서의 원전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은 질식할 것처럼 메말라버린 사회적 감정의 고리를 인간 본연에 대한 심리적 통찰을 통해 체계적으로 단순, 명료하게 풀어냈다. 그 중심에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하는 행위가 밑바탕이 된다. 타인 앞에서 잠시 나를 제쳐두고, 상대방이 하는 말을 경청하고, 상대방이 하는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서 그가 관심을 갖는 것에 나도 함께 관심을 갖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칭찬과 감사, 그리고 불필요한 비판은 하지 않게 된다. 너무도 자명한 이야기지만 지겹도록 들어도 고집스럽게 실천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의식적인 노력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때문에 카네기는 그의 강의를 듣고 의식적으로 노력한 수많은 수강생들의 다양한 경험담들을 상당한 분량의 지면을 할애하여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형식은 전형적인 미국식 자기계발서의 원형으로 다소 아쉬운 부분에 속한다. 수많은 등장인물들과 단편적인 사건들이 빼곡히 병렬구조로 나열된 책은 독자의 집중력을 방해한다. 미국식 자기계발서의 원전이라 불릴만 하다.

 

타인에 대한 존중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이 책을 읽다보니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은행 강도들이 은행에 침입했다. 그리고 곧장 총을 겨누며 돈을 내놓으라고 겁박한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강도들에게 애처로운 눈빛을 보낸다. 훗날 체포된 은행 강도들의 고백에 따르면, 그들이 상대방을 향해 총을 겨누는 바로 그 순간, 그 이전에 결코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존중 어린 시선을 상대방으로부터 받는다는 것이다. 은행 강도들은 이러한 존중 어린 시선에 희열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돈을 훔치기 이전에 상대방의 존중심 강제한다. 

어쩌면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거대한 담론은 은행 강도들이 받았던 바로 그 존중 어린 시선에 있는지도 모른다. 타인에 대한 존중. ‘존중’이란 단어는 이 책의 모든 텍스트를 블랙홀처럼 단숨에 수렴시켜버린다. 상대방을 그 자체로 인정하고 상대방에게 아무런 색깔도 덧칠하지 않는 시선은 그 자체만으로도 고결하다. 인간관계가 고민이라면 우리는 이 점을 분명히 말해야 한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줄 모르는 사람은 아무것도 얻을 게 없다. 이 책의 원제처럼 친구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만들어야 하는 존중의 대상인 것이다.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 등 모든 관계도 이 논리를 벗어나기는 어렵다. 타인에 대한 존중 없이는 친구도 행복도 없다.

인간관계의 핵심은 내 자신으로부터 출발한다.

나는 성공을 목표로 하는 자기계발서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 흥미도 없을뿐더러 자기계발서를 읽는 시간이 아깝기까지 하다. 자기계발서의 경험담들과 좋은 이야기들은 분명 양분이 되고 나를 자극하지만 본질적인 접근과는 거리가 멀다. 아무리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어도 변하기 힘든 것은 무수한 방법론으로 덧칠해져 본질을 망각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성공한 사람들은 결코 자기계발서를 많이 섭렵한 사람들이 아니다. 이건희도 그랬고, 정주영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나에게 자기계발서에 대한 이야기를 건넨다면, 나는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 대한 이야기로 답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나에게 인간관계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한다면 나는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추천해 줄 것이다. 그리고 또 누군가 나에게 리더의 덕목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나는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것이다. 모든 질문은 타인에 대한 존중으로 수렴한다. 인간관계의 핵심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으로부터 출발한다. 이 단순한 사실이야말로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의 전부일 것이다. 비밀은 언제나 단순하다.

 


우리는 가끔 아무런 저항이나 감정의 동요 없이 생각을 바꾸기도 한다.

하지만 남에게서 틀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 지적에 반감을 품고 생각이 더 굳어진다. 우리는 신념의 형성 과정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신경하다가도 누군가 그 신념을 빼앗으려 하면 그 신념에 쓸데없이 집착하게 된다.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은 분명 사고 그 자체가 아니라 위기에 처한 우리의 자존심이다. -Page.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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