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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수의 <새로 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자본주의에 대해 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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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의 혁명은 실패했지만, 그가 해부한 자본주의는 정확했다.

인류 사회의 역사를 다양한 기준으로 정의할 수 있지만, 마르크스의 말을 빌리자면 ‘이제까지 사회의 모든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로 압축된다. 노예주와 노예의 관계를 시작으로 영주와 농노로 이어지는 봉건사회, 그리고 자본가와 노동자로 양분되는 자본주의 시대까지 인류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였다. 대표적인 사건으로 18세기에 일어난 프랑스혁명은 민중의 힘으로 한 나라의 왕이 단두대에서 처형당하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철학자 마르크스는 갈수록 피폐해지는 노동자의 현실 속에서 원인을 분석하고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이념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사회를 통찰했다. 그렇게 마르크스가 출간한 <자본론>은 자본주의의 동작 메커니즘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노동자의 삶과 자본가의 삶이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비록 공산주의는 산산조각이 났지만, 누구보다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묘사한 인물은 마르크스가 유일하다. 

마르크스

자본주의의 속살을 이해하기에 충분한 책

임승수의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은 막대한 분량과 어려운 용어들이 난무하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한 텍스트로 풀어낸 <자본론>의 해설서쯤 된다. 저자가 대학에서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들과 문답하는 형식을 취했다. 비록 이 책이 얼마만큼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핵심 사상과 개념을 잘 담고 있는지 장담할 수 없지만,(본인은 자본론을 아직 시도조차 못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시대에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을 혹시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할 필요는 있겠다. 굳이 <자본론>과의 싱크로율을 논하기보다 임승수 작가의 시선을 통해 자본주의의 정수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이제스트 개념으로 읽어도 꽤 괜찮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착취를 당하면서도 착취를 당하지는 모른다. 그의 이름은 '성과급제'

책의 핵심은 자본가와 노동자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자본가는 끊임없이 부를 축적하고 그와 반대로 노동자는 어떻게 끊임없이 착취와 고통에 시달리는가에 대한 체계적인 해설이다. 그것은 노동자가 받는 임금은 자신이 일한 만큼 받는다는 착각 속에 존재한다. 대부분의 노동자는 자신이 일한 만큼 임금을 받지 못한다. 자신이 받는 임금보다 더 많은 일은 한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잉여가치론`이다. 자본가의 이익은 바로 노동자가 만들어내는 잉여노동에 존재한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탐욕스러운 자본가가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노동자의 삶을 더욱 단단히 옥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착취 방법으로 성과급제를 꼽는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장려하도록 노동자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착취하도록 환경을 조성한다. 이 교모한 착취 형태를 두고 저자는 ‘손 안 대고 코 풀기’라는 재미있는 표현을 쓴다. 잉여가치론 외에도 저자는 중요한 용어와 개념을 소개하고 있는데, 간단한 수식과 함께 사칙연산이 요구되는 수준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했다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정말로 원숭이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무가치한 희망이 생긴다.

 

자본주의에 대한 공부가 절실하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모른채 바득바득 살아간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자본론>에서 약간 벗어나, 저자가 바라보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룬다. 특히, 국제통화기금인 IMF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얼마나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무지한가에 대한 높은 채찍이다. 미국과 국가, 그리고 경제와 정치가 미디어와 언론 매체를 통해 어떠한 방식으로 일반 국민들의 의식을 지배하는지에 대한 총체적 조망이다. 반드시 읽고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이다. 여전히 사람들은 어떤 정당이 자신들을 대변하는지조차 모른 채 투표하는 사람들이 많다. 선거때마다 투표용지 1장의 가치가 2천만 원이라며 투표를 독려한다. 그리고 딱! 거기까지다. 나의 투표 용지가 향하는 정당이 어떠한 사상을 담고 있는 정당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투표에 만족하며 국민으로써 의무를 다했다고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한다. 2천만 원의 사용처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훨씬 중요함에도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는다. 1명이 1표가 되길 바라면서도 정작 자신은 1원이 1표가 되는 곳에 투표하는 행위는 나를 당혹스럽게 한다.

자본주의 시대가 분명 인류의 마지막 종착지는 아니다. 북유럽의 경우 수정자본주의의 형태로 기존의 자본주의를 고쳐 쓰는 형태로 수정해 나가고 있다. 복지국가로 명성이 높은 북유럽 국가들은 오랜 전통과 역사를 보유한 종교조차 설자리가 마땅치 않다. 높은 수준의 복지는 사람들로 하여금 신비적 체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필 주커먼의 <신 없는 사회>에서는 이러한 면을 잘 보여준다. 말 그대로 신없는 사회가 지구 저편에 존재한다. 관심 있으면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가 <자본론>을 읽는다고, 마르크스의 사상을 읽는다고 빨갱이가 되거나 좌빨이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운동권 학생이나 노동조합에서만 읽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경계에 서지 못하면 한쪽을 수호하는 개가될 뿐이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책일 뿐 아니라, 더욱더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이 내린 결정에 수동적인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접근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말한다. "지금까지 철학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했을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마르크스쯤 되니 세계를 변화시키려는 원대한 목표가 폭발하지만, 누구나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조금만 더 알려고 노력할 뿐이다. 부족함도 없이 더함도 없이. 임승수의 <새로 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는 그런 면에서 훌륭한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자본주의 빈부 격차의 비밀은 바로 
‘시간 도둑질’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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