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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정의 <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 "우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되기 위해 4분의 3을 상실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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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일한다는 것

대한민국 여성에게 대한민국에서의 회사 생활은 결코 녹록지 않다. 여성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국내 기업들은 남성 중심 문화가 지배적이다. 조직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 개인의 삶을 반납하는 충성 문화, 그리고 학연, 지연, 흡연으로 이어지는 그들만의 카르텔. 여성의 입장에서 감내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더욱이 회사와 개인은 노동력을 제공하는 단순한 고용관계가 아니다. 회사는 개인에게 그들의 영혼까지 내놓을 것을 뻔뻔하게 요구한다. 높은 위치로 올라갈수록 회사의 뻔뻔함은 거세진다. 설상가상으로 여성의 입장에서는 결혼, 출산, 육아까지 병행해야 하는 고행이 이어진다. 이쯤 되면 퇴사는 견디기 힘든 유혹이다.

저자 유인경의 <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는, 회사 일과 가정 일 모두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한 알파걸의 이야기다. 이제 막 출근하기 시작한 딸에게 저자 자신의 30년 직장생활 노하우를 건넨다. 때론 엄마의 말처럼 따뜻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직장 상사의 냉철한 조언도 포기하지 않는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현실적인 조언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여성의 시선으로 30년 동안 관찰한 남성 중심 사회는 그들만의 룰이 존재하는 특수한 공간이다. 그들의 룰을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사랑받으려 하지말고, 존중받기 위해 노력해라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여성들이 참고할 내용이 꽤 있다. 대표적으로 직장에서 사랑받으려 하지 말고, 존중받기 위해 노력하라는 말이 해당된다. 조직 생활은 냉혹하다.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면서 애교나 귀여움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행위는 불편하다. 결국 조직은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 목표이며, 성과를 내는 사람이 조직 입장에서는 사랑스러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조직에서는 사랑스러움이란 단어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 많은 여성들이 놓치고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저자 유인경은 욕심이 많다. 그렇지 않고서는 30년간 조직에서 버티면서 기자, 작가, 방송 활동, 가정까지 돌보는 것이 가능한 이야긴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그리고 그것을 인생의 목표이자, 최고의 선으로 정의한 삶의 방식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므로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면, 저자의 조언은 참고할 만하다. 악전고투 속에 마지막 한 사람까지 물리치고 세상 앞에 당당히 포효할 수 있는 그런 삶의 모습 말이다. 

그러나 누구나 알파걸을 꿈꾸지 않는다.

그러나 욕망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저자의 조언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 은근슬쩍 꼰대처럼 이야기하는 데, 가령 회사는 예스맨을 선호하기에, 일단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는 예스맨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무슨 일이든 간에 먼저 손을 들고 끝까지 내려놓지 말라고 조언한다. 비록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은 찬양받아야 마땅하고, 조직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인간이 거부하기 힘든 본능이지만, 자신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무조건적인 반응은 경계가 필요하다. 자칫 회사에 대한 저주와 삶에 대한 후회로 수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존중하고 내면을 건강하게 가꾸는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약한 부분으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조직보다 내 자신과 소통해야 한다.

이 책의 전제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여성이 출세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조직에서 출세하는 것이 과연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인가?"를 반드시 먼저 따져봐야 한다. 조직을 중심에 두고 나를 생각하지 말고, 나를 중심에 두고 조직을 생각해야 한다. 내 삶의 주인공은 조직이 아닌 내 자신이다. 우리는 언제나 이것을 기억해야만 한다. 내가 행복해야 조직이 행복한 것이다. 아직은 우리 사회에서 출세하기 위해 희생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우리가 희생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결코 놓쳐서는 안되는 것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소중한 것들을 인생의 끝 지점으로 미뤄두고 있다. 가족들과의 저녁 식사 시간, 아이들의 웃음소리, 친구들과의 대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신과 소통하는 시간. 

젊은 날의 고생을 당연함으로 치부하고, 성장을 위한 스트레스도 당연함으로 치부한다. 비판 없이 수용해버리는 이러한 상식에는 조직의 불합리성을 은폐하는 시도들이 끊임없이 자행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구분해야 한다. 좋은 스트레스와 나쁜 스트레스를. 가치 있는 고생과 무가치한 고생을 말이다. 직원들의 영혼까지 인질로 삼는 조직은 피해야 한다. 이러한 조직은 버텨야 할 곳이 아니라 피해야 할 곳이므로. 


쇼펜하우어 "우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되기 위해 자신의 4분의 3을 상실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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