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미쉘 푸코의 <헤테로토피아> "일상성에서 조금 벗어난 현실 속 공간"

728x90

 

 

유토피아의 두 가지 의미

유토피아(utopia). 유토피아는 부정을 나타내는 접두어 ‘u’와 장소를 나타내는 ‘topia’가 결합된 단어로써,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장소를 가리킨다. 때문에 유토피아는 위치를 갖지 않는다. 완벽한 부정성의 공간이자 현실에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상상 속의 장소이기도 하다.

또는 유토피아를 이상적인 장소를 추구하는 이상향에 대한 이미지로 해석한다. 이러한 시도는 유토피아를 실현 가능한 좋은 장소란 의미로 압축시키며, 앞서 이야기한 완벽한 부정성의 유토피아와는 대립하게 된다.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 둘은 완전히 다른 유토피아의 개념이다. 본질적으로 유토피아는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실현 불가능한, 실제 장소를 갖지 않는 장소이다. 때문에 유토피아를 이상향에 대한 추구로 보는 것은 유토피아를 현실과 가까운 지점으로 끌어들이려는 저렴한 시도다. 이는 인간의 실천의지에 대한 합리적 보상책과 동시에 불완전한 인간임에도 이를 거부하고 완전한 존재로써 거듭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표식이다.

그러므로 헤테로토피아를 논의하기 전에 유토피아를 바라보는 바람직한 시선은 유토피아를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공간이자 부정성이 전제된 장소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 ‘다른’이라는 뜻을 갖는 ‘heteros’와 ‘장소’라는 뜻을 갖는 ‘topia’가 합쳐져 ‘다른 장소’란 뜻을 지닌 단어이다. 헤테로토피아는 유토피아와는 달리 현실에 존재하는 장소이다. 현실에 존재하는 장소이면서도 바깥에 있는 장소로써, 일생을 영위하는 장소에서 벗어난 장소를 뜻한다. 즉, 정상성의 궤도에서 벗어나 있는 장소이다. 단순한 예를 들어보면, 집과 회사를 왕복하는 개인이 휴가를 맞이해서 여행을 떠날 경우, 여행은 곧 헤테로토피아가 된다. 여행뿐 아니라, 우리는 어느 곳에서든 헤테로토피아들과 마주하고 있다. 책에서 언급되었듯이 헤테로토피아는 다락방, 정원, 극장, 식민지, 항구, 묘지, 감옥, 사창가, 휴양촌, 박물관 등 일상성을 벗어나 있는, 일상성을 벗어날 수 있는, 모든 공간과 행위들은 헤테로토피아 안으로 포섭된다. 재미있는 점은, 현대 사회처럼 숨 가쁜 사회에서 잠시 숨을 돌리는 행위조차 헤테로토피아적 행위로 정의한다는 것이다. 모든 헤테로토피아들은 현실에 존재하면서도 유토피아적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헤테로토피아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실에 존재하면서 위치를 갖는 유토피아가 헤테로토피아라면, 우리는 이것을 통해 어떠한 사유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다음과 같다.

“헤테로토피아들은 다른 모든 공간에 대한 이의 제기이며, 그것들을 전도시킨다.”

헤테로토피아들은 그 존재 자체로써 나머지 정상 공간들을 반박하고 이의 제기하는 공간이다.”

 

당연함을 당연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수준 높은 행위의 공간

거칠게 표현하자면, 헤테로토피아는 일상성에 대한 회의를 통해 당연한 것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수준 높은 시선을 갖추는 높은 차원의 시선이다. 실현 불가능한 유토피아로는 우리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조차 대면할 수 없지만, 실현 가능한 헤테로토피아에서는 우리 스스로를 비춰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헤테로토피아는 모든 상식을 반박하는 공간이자, 헤테로토피아는 낯섬을 통해 우리의 일상성을 들여다보는 해체적 관점을 수행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헤테로토피아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자유롭도록 저주받은 인간이 자유 의지를 적극적으로 실천할 것을 명령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푸코가 이야기하듯, 헤테로토피아를 구성하지 않는 사회는 아마도 없었을 것이며, 역사가 진행됨에 따라 그 모습만 달리해왔을 뿐이다. 그리고 헤테로토피아는 언제나 그것을 주변 환경으로부터 고립시키는 열림과 닫힘 체계를 갖는다고 이야기한다. 즉, 누구에게나 열려있음과 동시에 닫혀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을 열고 한번 들어가 보자. 어쩌면 현실은 그저 환상에 불과하다고 목청껏 소리 높여 고발하는 자신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를 터이니...

 


유토피아는 실제 장소를 갖지 않는, 본질적으로 비현실적인 공간이다.

유토피아는 그 자체로 완벽한 사회이거나 사회에 반한다.

그런데 사회 안에 존재하면서 유토피아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실제로 현실화된 유토피아인 장소들이 있다.

그것은 다른 온갖 장소들에 이의 제기를 하고 그것들을 전도시킨다.

즉, 실제로 위치를 한정할 수 있지만 모든 장소의 바깥에 있는 장소들이다.

푸코는 그것을 유토피아에 맞서 헤테로토피아라고 부른다.


 

2019/08/21 - [북리뷰.서평.] - 사라 밀스의 <현재의 역사가 미셸 푸코> "판단하지 않는 비판을 꿈꾸다"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