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생각의 파편 명품일기 2019. 10. 10. 20:04
2016년 8월에 시작한 독서는 어느덧 2년 4개월이란 시간이 흘러 2018년 12월이 되었다. 2017년에는 회사 연차까지 내면서 독서 삼매경에 빠진 해였다면, 2018년은 권 수 늘리기와 같은 겉치레는 자제하면서, 무게와 깊이를 혼동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차분히 독서에 몰입했던 날들이 많았다. 여전히 밑줄과 필사를 병행했고, 서평과 독서토론도 함께 한다. 아쉬운 점은 에세이를 계획했던 것만큼 쓰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떠오르던 생각들을 잡아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기록하고 메모하는 습관의 부재다. 덕분에 많은 생각들이 유실되었다. 나만의 메모 방법을 고민할 차례다. 해가 지날수록 좋은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 같다. 2018년 읽은 독서 ..
더 읽기
독서/북리뷰.서평. 명품일기 2019. 8. 16. 22:07
복제 인간들의 운명, 장기기증에 관하여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복제되어 양육되는 존재들이 있다. 그들은 모습부터 사고방식과 행동방식까지 진짜 인간들과 완벽히 동일하다. 그러나 이들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생물학적 죽음이 아닌, 불치병에 걸린 인간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 수단의 희생양. 바로 ‘장기기증’이다. 장기기증 후 몸 상태에 따라 몇 번이고 육체를 도려내는 기증을 반복한다. 단 한 번의 기증으로 소멸되는 존재도 있고, 수차례나 기증의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인간들이 이들에게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 얼마나 많은 기증을 통해 ‘진짜’ 인간들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것은 인간의 잔인한 모습인지, 아니면 단지 종족 보존을 위한 인간만이 만들어 낼..
독서/북리뷰.서평. 명품일기 2019. 8. 11. 19:28
사랑에 관한 주제는 말이 많다. 특히 젊은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는 더욱 그러하다. 고집 센 사람도 사랑 이야기 앞에서는 우선 주의 깊게 듣는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사랑 이야기 앞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조금은 내려놓는다. 사랑이란 주제는 이처럼 사람들을 조심스러운 바보로 만든다. 그것은 우리가 일생을 살아오면서 누구나 한 번쯤 사랑에 대한 경험을 해본 것과 동시에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알기에 사랑에 대해 가볍게 떠드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 고민의 흔적 없이 사랑에 대한 정의를 쉽게 내린다면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 사랑을 글로 배운 논리적인 지식인 이거나, 전설적인 바람둥이 돈 후안 이거나. 아멜리..
독서/북리뷰.서평. 명품일기 2019. 7. 10. 23:00
에서 김지영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다. 소설 첫머리부터 마지막 장까지 여성으로서 겪어야 했던 한국 사회의 제도적 불합리성과 마음의 상처들을 다소 과격한 설정으로 보편적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 위해 쉼 없이 달린다. 첫 손님으로 여자를 태우지 않는다는 택시기사 이야기, 우연히 발견한 사내 여직원들의 화장실 몰카를 은밀하게 돌려보는 남직원들, 공원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있는 여성을 맘충으로 치환하는 회사원들, 남자 형제들을 위해 뒷바라지하며 자신들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이야기 등처럼 여자라는 이유로 겪었던 차별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소설 전반에 걸쳐 유의미한 것은 억압받는 여성인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다. 여성 독자라면 공감대 형성을, 남성 독자라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 수도 있겠..
독서/북리뷰.서평. 명품일기 2019. 6. 30. 01:28
이 책은 우선 재미있다. 주로 회사생활을 마치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나로서는 시간적 압박과 제약사항 속에 1권을 완독하기 위해서는 필사와 함께 하루 3시간씩 3일정도가 소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도서관에서 첫장을 넘기고 그 날 집으로 돌아와 내 방에서 마지막 장을 넘겨버렸다. 그야말로 단숨에 해치워버렸다. 책이 주는 가치를 금전으로 환산했을 때 어떠한 책이든 100만 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지만 미나토 가나에의 은 이러한 생각을 유지하기에 좀 힘들었다. 왜냐하면 하루만에 단숨에 읽어버리니 내가 지불한 것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격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재미가 없어 책값이 아까운 것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