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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용의 <요즘 브랜드> "잡지를 짜집기한 난잡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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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 잡지야?

요즘 브랜드. 발매일은 2018년 11월로 비교적 최근이다. 기대된다. 재미있을 것 같다. 유니클로, 다이슨, 샤오미, 발뮤다, 베트멍, 이케아 등등 트렌디한 키워드가 등장한다. 책의 첫 장을 넘겨본다. 그리고 계속 읽어 나간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무언가 어긋난 느낌을 받는다. 이것은 책인가? 잡지인가? 오래 전 잡지를 읽던 느낌이 되살아난다. 

마치 여러가지 기사를 마음 내키는대로 짜집기해 놓은 패션 잡지를 읽는 느낌이다. 남자들이 좋아할만 한 주제들로 말이다. 일관성이 결여된 텍스트는 마당에 풀어놓은 개마냥 산만하기만 하다. 요즘 브랜드를 사유하고 싶어하는 저자의 의도는 알겠는데, 막상 키워드를 정해놓고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소화하려다 체하는 모습이다. 핫한 키워드는 쓰고 싶고 명품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니 꾸역꾸역 억지로 써내려간다. 현장에 가지 않고 기사만 봐도 충분히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다는 저자 박찬용의 말은 납득하기 어렵다.

 

매거진을 뛰쳐나온 방황하는 텍스트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브랜드 탄생 비화를 말하고 싶은 것인지, 요즘 트렌드를 말하고 싶은 것인지, 최신 테크를 말하고 싶은 것인지, 마케팅 기술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남들이 모르는 숨겨진 이야기를 말하고 싶은 것인지,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트렌드를 말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조망하면서, 궁극적으로 브랜드에 대한 작가만의 철학을 설파하고 싶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읽는 내내 텍스트는 어지럽고 불만스럽다. 정작 자신이 써낸 텍스트를 브랜딩하지 못한 모습이랄까. 매거진에서 멈췄어야 했다.

수천 만원을 호가하는 브랜드들. 롤렉스, 오메가, 위블로, 라이카, 루이비통. 그리고 티셔츠 한 장에 수십 만원을 호가하는 브랜드들. 베트멍, 슬로웨어, 슈프림, 오프화이트 등등.. 요즘 브랜드치고 정신줄 놓은 가격이다. 제 아무리 좋은 소재, 변하지 않는 이야기, 소비자를 애태우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다고 해도 매우 제한적인 소비 대상이다. 보편적 공감대가 힘든 영역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재미없다.

진짜 브랜드. 나의 뇌피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고의 부재를 겪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가의 브랜드에 현혹된다. 자본이 가하는 날카로움에 자신의 몸에 상처가 나는 것도 모르고 불나방처럼 뛰어든다. 베이고 찟긴 몸뚱아리 위에 루이비통을 들고, 베트멍을 입는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베트멍이나 유니클로나 진배없다. 모두 다 필요 없는 것들인데, 결국 필요로 하게 된다. 이것이 본질이다.​ 

그러나 최근 소비 패턴에 변화가 감지된다. 더이상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현명해진 것이다. 자신만의 이야기로 사람들을 유혹하던 업체들은 갈 곳을 잃어가고 있다. 그래서 요새 업계 트렌드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랄까? 브랜드끼리 눈만 맞으면 콜라보를 한다.​ 콜라보레이션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산업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스스로에게 눈을 돌려버린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이야기와 전통을 만들고 있다. 더이상 베트멍을 입은 자신을 진짜 자신이라고 착각하지 않는다. 베트멍이 없는 진짜 자기 자신을 바라본다. 그곳에 진짜 브랜드가 있다. ‘나’라는 브랜드 말이다. 시대를 초월하는 브랜드, 요즘브랜드란 바로 이런 가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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