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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열두 발자국> "삶을 새로고침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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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연구하는 물리학자’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은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과학의 창으로 비추어 본 책이다. 사실 과학과 인문학의 동거는 그다지 특별한 주제는 아니지만, 그의 전문 분야인 뇌과학의 텍스트가 풍성하게 들어있다. 때문에 일반적인 책들과 다른 면이 조금은 엿보인다. 뇌의 대한 이야기들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책의 구성은 그가 강의한 내용을 모아놓은 형식이다. 강의록이 그렇듯 이러한 형식의 장점은 마치 강연을 듣는 듯한 편안한 느낌으로 쉽게 읽어 내려갈 수 있다. 강연자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어도 충분한,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청중은 부담이 없다. 그의 명성에 힘입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가 엿보인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인 듯한 한계점도 보인다. 

삶도 새로고침이 되나요?

흥미로웠던 주제는 우리 뇌도 과연 새로고침이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컴퓨터를 재부팅시키듯, 우리 뇌도 컴퓨터 재부팅하듯 새로고침이 가능하다면 우리의 삶은 훨씬 나아질까? 매년 새해에 새로운 목표를 세우며 새로고침을 시도해 보지만, 작심삼일과 기나긴 악연은 끝날 줄 모른다. 헬스장 사장님만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우리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정말 꾸준한 운동은 다음 생애나 가능한 것일까? "삶도 새로고침이 되나요?"

이러한 질문에 저자 정재승은 답한다. 인간의 뇌는 ‘목표지향 영역’과 ‘습관 뇌 영역’이 있다고 말이다. ‘목표지향 영역’은 가장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선택지를 찾아 고민하는 것이고, 이때 뇌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습관 뇌 영역’은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선택에 의한 고민을 최소화 한다. 즉, 관성이다. 뇌가 이러한 동작을 취할 때 에너지 사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생존에 더 적합한 안전한 상태가 된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매년 새로운 다짐을 하지만,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것은 습관 뇌 영역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다. 즉, 관성이라고 불리우는 실체는 생존에 더 적합한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본능적 욕구인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로 배스킨라빈스는 여덟 종류의 아이스크림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31가지의 맛을 다 먹어본 사람이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삶을 새로고침 하는 법

굳어버린 습관은 절박함과 마주할 때 조금씩 변화가 시작된다. ‘메먼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고 최대한 가까이 느낀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자들은 삶의 태도가 하루아침에 바뀌는 법이다. 역설적으로 시간의 소중함과 삶의 의미는 죽음으로부터 태어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생의 착각 속에서 살아간다. 매 순간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는 사실을 철저히 망각한다. 누구나 자신이 죽으리라는 것을 알지만, 죽는 법을 배울만큼 지혜를 가진 사람은 세상에 너무도 적다. 파드마 삼바바의 <티벳 사자의 서> “죽음을 배우라, 그래야만 그대는 삶을 배울 것이다” 는 훌륭한 가르침이다. 즉, 메먼토 모리는 이번 생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삶을 새로고침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환상

사회적 성취를 이룬 사람들의 공통점은 과연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일까? 저자 정재승은 단호히 아니라고 말한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하기보단 회사를 다니면서 사업을 하는 것이 훨씬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성공의 열쇠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아닌, 위험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크게 공감가는 부분이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환상에서 이제 그만 나와야 한다. 더 큰 것을 원하기보다 현재 갖고 있는 것들을 잘 지켜내야 한다. 부자들이 절세에 관심이 많은 것도 같은 이치다. 주식할 생각 말고 가계부를 쓰자. 건물주가 되는 무엇보다 빠른 길이다.

예전에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를 읽은 적이 있다. 블로그에 서평도 써놨지만, 그때 <과학 콘서트>의 느낌은 별로 였다. 한마디로 글을 못쓰는 과학자가 써놓은 책 같았다. 그래서 <열두 발자국>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과학 콘서트>는 정재승이 대학원 시절에 내놓은 처녀작 같은 책이었던 것이다. 그동안 쌓은 내공 덕분인지 <열두 발자국>은 오글거리는 띠지의 문구만 빼면 꽤 괜찮은 편이다. TV 속에서 보이던 푸근한 이미지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내용은 뻔하지만 친근하고 편안하다. 나중에 저자 정재승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지금보다 새로운 주제로 그의 강연과 마주하길 기대해 본다.

 


인생의 목표가 성공이 아니라 성숙이라면,

우리는 날마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Page.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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