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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회사의 검은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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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회사에 끌려다니는 현대 의학

인간의 몸을 전체적으로 보지 않고 지나치게 세분화해서 들여다보는 분위기와 테크놀로지나 약물에만 의존하는 풍토 때문에 현대 의학은 큰 그림을 놓치고 있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환경을 바꾸고 환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데 힘을 쏟는 것이 아니라, 고가의 의료 장비나 의약품 그리고 수술의 남용을 통해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 의학이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질병 예방'에 무관심한 결과다. 비타민 영양소들을 효과적으로, 그리고 약리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제약 회사가 주도하는 과학에 그저 끌려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예방'은 돈이 안되지만, 의료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의료 산업이란 단어가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러운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에겐 매우 불편하게 들리는 이유다. 산업으로서의 의료 시스템속에선 의사도 생존경쟁을 해야 한다. 제약 회사 주도의 의료에 코가 꿰여 따라가거나 전공을 못 살리고 미용과 같은, 소위 돈이 되는 진료 과목으로 외도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의료계에 뿌리박힌 제약 회사의 검은 머니

개혁을 가로막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제약 회사를 주축으로 포진해 있는 의료 산업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들이 모든 의학 연구에 자금을 지원한다. 제약 회사들이 의과 대학과 종합병원을 후원하고, 저명한 의학 저널의 최대 광고주 노릇을 한다.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과학자들과 학계 인사들을 포섭하여 자신들의 목적을 지지하게 만든다. 돈의 영향으로 신약과 새로운 치료법들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나 비판이 무뎌지고 의사들은 여과 없이 새로운 기술과 신약을 받아들이는 풍토가 만연하다. 대형 병원과 의학계 그리고 정부 보건 당국에 포진해 있는 인사들을 들여다보면 이해관계의 충돌이 심각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 예로 2003년 보고 자료에 따르면, 미국 신약 허가에 자문 역할을 맡은 임상시험심사위원회소속 의사 중 절반 가까이가 제약 회사의 고문을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대중은 이러한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검사 담당관이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고문이라면 편치 않을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의사들이나 의대생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명한 의과대학 교수들이나 학계의 거물들이 제약 회사 고문으로 재직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타락한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혁인 필요하다.

이것이 환자혁명이다

유럽인들은 종교개혁을 단행했다. 프랑스는 왕권주위를 없애고 민주주의를 시작했다. 무슨 뜻인가? 주권이 귀족에서 국민들에게 넘어왔다. 권력을 쥐고 있던 기득권 세력은 그 권력을 국민들에게 이양하길 원치 않는다.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우리나라도 정치가 바뀌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의료가 바뀌어야 할 때다. 제약 회사와 의료계가 틀어쥐고 있는 의료 권력이 환자들에게 넘어와야 한다. 그것이 환자 혁명이다. 의과대학의 교육과정부터 현장에서의 환자 보호에 이르기까지 현대의 의료 시스템은 광범위하고 전면적인 개혁을 필요로 한다.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에 대해 의학계와 보건 당국이 정직하지 못하다면 우리는 개혁을 이룰 수 없다. 하지만 열쇠는 환자들이 쥐고 있다. 환자들이 관심이 없다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정치가 오랜 세월 무관심으로 인해 구태를 답보해왔듯이. 환자는 소비자이고, 변화는 소비자만이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 조한경의 <환자 혁명>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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