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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의 <경계에 흐르다>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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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의 철학자, 최진석 교수의 산문집

앞선 최진석 교수의 저서 <인간이 그리는 무늬>, <탁월한 사유의 시선>과 마차가지로 그가 최근 내놓은 산문집 <경계에 흐르다>에서도 저자의 변함없는 철학적 명제들이 책의 이곳저곳에 어수선하게 묻어있다. 그가 항상 강조하듯이, 철학적 시선의 중요성과 인문학적 통찰력이 어떻게 이 세계를 창의와 선도로 이끌 수 있는지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중진국 패러다임에 갇혀버린 우리나라의 현 상태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것과 동시에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구호와 선동이 난무하는 대한민국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채 경계에 서서 위태롭게 관조하며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바로 볼 수 있는 자세의 중요성을 그의 산문집 <경계에 흐르다>에서 또 한 번 만나볼 수 있다. 

왜 경계에 서야 하는가

나 역시도 저자의 주장처럼 경계에 서는 자만이 주도적이며 창의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그렇다면 경계에 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경계에 선다는 것은 말 그대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상태를 말한다. 자신이 자신으로 존재하는 상태와 다름없다. 비록 불안하지만 생명력이 넘치고, 미래를 향해 열려있기 때문에 활동적이다. 명사가 아닌 동사로 존재한다. 대답보다는 질문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팽창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반면에 경계에 서지 못하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과거의 관습과 이론, 익숙함 따위로 수축하게 된다. 더 이상 질문은 존재하지 않고 항상 대답만이 존재한다. 대답하는 존재는 누군가가 최초로 만들어낸 답을 전달하는 통로의 역할로써만 존재하기 때문에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린다. 최초의 누군가가 만들어낸 가치들을 누가 먼저 대답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태로 믿음의 영역에서 강하게 작동한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확고한 마음으로 무장하여 뿌리를 깊이 내린 채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자신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자신에게 하는 궁금증이나 호기심이 발동되는 질문에 취약하고 대신 다른 사람들이 만든 지식이나 이론을 배달하는 대답에 익숙하다. 대답이 기능하는 곳에서는 원래 모습 그대로 뱉어내느냐의 여부가 승패를 가르를 중요한 요소다."
그러므로 경계에 서야 하는 이유는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되찾는 행위다. 인간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빛나는 존재지만, 사회가 부여한 임무를 수행하는 수단으로써 자기 자신이 존재한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인간은 물건처럼 어떠한 목적을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존재 자체만으로 빛나는 존재여야만 하며, 우리는 그 빛을 서로 밝혀주어야 한다.

 

지식과 지혜의 차이

엄청난 지식을 겸비하고 있지만, 지혜를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은 저자의 말처럼 자신의 주인 자리를 이론이나 지식에 물려주고 정작 자기는 이론이나 지식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해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적으로 정확하고 빠르게 '대답'하는 행위가 지식 영역의 한계라면, 지혜의 영역에서는 정해진 답에서 벗어나 이것과 저것을 연결시키는 무한한 질문이 발휘된다. 질문하는 자는 자신의 삶의 입법자로 자신의 삶을 지배한다. 안타깝게도 중진국 패러다임에 갇혀버린 우리 사회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창의와 선도를 부르짖지만, 정작 이러한 창의적인 문화가 지혜의 영역과 관련이 깊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심지어 창의적인 활동도 명령과 이행의 메커니즘으로 지시하여 만들어내려고 한다. 정말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사회는 불신이 깊어지고, 시비를 가려내는 일에만 전 국민의 관심이 증폭된다. 문제의 근본적인 내용보다는 책임 전가에 몰두한다. 경계에 서지 못하고 지식적인 차원에만 함몰된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불신을 만들어 내는 원천적인 힘은 바로 강한 기준이다."

 

선진국은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 선진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 일류 서비스에는 반드시 그들만의 고유한 철학이 있다. 철학은 거센 폭풍우를 만나도 무너지지 않고 지탱하는 힘이 되어준다. 그것은 자신이 자신의 삶의 입법자로 스스로를 지켜내는 일기도 하다. 또한 그것은 선도, 창의, 혁신, 변화, 생명, 유연, 철학, 활동, 질문, 동사, 보이지 않는 것, 생각, 정신, 철학 등 모든 행위의 본질이다. 최진석 교수의 <경계에 흐르다>는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시대를 위한 책이다. 니체의 말처럼 약한 자들로부터 강한 자를 지키기 위한 책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부단히 읽고 사색하고 인지를 확장시켜야 한다.

변화가 '주장'이 되는 순간 이상하게도 변화의 동작은 멈춰 버린다. 변화가 관념이나 이념이 되는 순간, 변화는 '변화'라는 간판만 달린 화석이 된다. '변화'를 경계에 서서 체득하는 것이 아니라, 한쪽에 서서 '주장'하기 때문이다. -Page.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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