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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철의 <피로사회> "더이상 긍정적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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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카페인이 주인공인 시대다. 주인공인 카페인과 피로가 한 팀이 되어 보여주는 팀워크는 시대를 지배하고도 남는다. 누구도 피로 앞에 자유롭지 않고, 피로하지 않은 개인은 억울하게도 성실하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피로한 자만이 이 시대를 성실히 살아간다고 느낀다. 점점 피로에 지쳐가는 육체와 정신은 긍정이라는 자기 착취적 발상으로 과잉상태로 빠져버린다.

착취의 도구로 전락해버린 과잉 긍정성

독일 베를린예술대학교 교수 한병철은 그의 저서 `피로사회`에서 현재 우리사회를 긍정성의 과잉 상태로 명쾌하게 진단한다. 지난날이 면역학적 `규율 사회`로 규정짓는다면 현재는 긍정성의 과잉 상태에 빠진 `성과사회`라고 한다. 면역학적 `규율 사회`에서는 안과 밖, 친구와 적처럼 이절성에 대한 공격과 방어가 본질이라면, 긍정성의 과잉 상태인 성과사회는 `불가능은 아무것도 없다.` 를 태제로 자유로운 느낌 속에 개인 스스로 자발적으로 착취하고 몰아붙이도록 만드는 긍정의 과잉 상태라는 것이다. 

불가능은 아무것도 없다고 소리칠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개인은 우울증, 신경과민증, 신경쇠약과 같은 질병을 탄생시킨다. 긍정성의 폭력은 박탈하기보다 포화시키며,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고갈시킨다. 자유로운 느낌과 함께 자발적으로 착취하기 때문에 면역시스템은 전혀 작동되지 못하고 신경성 병리적 사회로 잉태된다.

과거 규율사회 시스템에서 타자의 명령과 같은 형태로는 더 이상 포스트모더니즘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과를 내기 위해서 개인은 자유로운 느낌 속에 스스로를 착취해야 하며 이는 개인 스스로 가해자이며 피해자가 돼버린다. 이러한 착취의 폭력성은 부정의 형태에서 긍정의 형태로 모습을 바꾸었다.

이러한 태제로 한병철의 피로사회는 철학강국 독일에서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피로사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통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인식의 틀을 다른 관점의 해석으로 제시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어쩌면 수백 번 마음속으로 긍정을 되뇌며 할 수 있다고 외친다. 우리 스스로 최면을 걸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미디어도 예외 없이 숱하게 반복하는 것이 바로 nothing impossible이다.

이러한 긍정의 과잉 상태는 개인의 능력을 극도로 끌어올리며 소진시켜 버리고 소진된 에너지가 재충전되기도 전에 새로운 긍정을 주입시킨다. 어린아이부터 학생, 직장인까지 모두 미친 듯이 긍정적인 태도를 갖자고 외쳐대며 타우린과 카페인으로 범벅된 음료수를 마셔댄다. 슬프게도 긍정에 대한 합당한 결과를 만들지 못하면 동질성으로부터 테러당한 정신은 고립되고 만다. 진정 노답 상태의 피로 사회인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자본주의 사회가 내재하고 있는 시스템 특성상 이러한 현상이 어쩔 수 없다면 우리의 다음 과제는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출발점에 한병철의 피로사회는 중요한 교차점에 놓여 있는 과속방지턱과 같다. 우리를 몰아붙이는 긍정성에 브레이크를 걸고 자각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가 피로사회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사회로 거듭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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