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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우의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유럽편> "재밌다.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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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삐딱한 세계사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타국으로의 여행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현대문명의 기술적 진보와 해외여행의 대중화로 대한항공 기내식이 비빔밥이란 사실은 누구든지 잘 알고 있다. 성층권에서 컵라면도 먹고 쇼핑도 하고 카드결제도 한다. 이처럼 현대문명은 땅과 하늘을 구분 지어 행동하지 않아도 된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새로운 것을 체험하고 먹고 즐길 뿐만 아니라 의사소통을 위해 손짓 발짓 표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도 한다. 의사소통의 불편까지 감내하면서 여행이란 흥분되는 경험을 포기할 줄 모른다. 가까운 섬나라 일본에서부터 아시아 대륙, 지구 반대편인 아메리카나 유럽까지 개인이 발 디디지 못하는 땅은 없다. 그러므로 작금의 현대인은 역사상 가장 자유로운 인간상으로 군림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유서 깊은 박물관, 전통 있는 맛집, 자연의 신비로움, 웅장한 건축물 등 그 자체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지만, 여행을 한 차원 더 높은 것으로 격상시키기 위해선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그 나라의 역사를 반드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점이다. 역사를 고찰하는 일은 여행의 기술이자, 러시아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여행 속 여행을 끊임없이 안내받는 고도의 숙련된 기술이다.

원종우의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유럽편> 이러한 면에서 부족함이 없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유럽의 모습을 아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다년간 유럽에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생동감 있는 과거 유럽의 속살을 과감한 텍스트로 담아냈다. 그저 재미로 보거나 여행의 기술 차원에서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 "역사는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의 이야기들의 총합이다." 처럼 현재를 알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특히 전 세계 문명을 좌지우지한 유럽의 역사는 더욱 중요하다. 서양인들이 왜 개인적인 특성이 강한 것인지, 우리 동네 수많은 십자가는 어떻게 수천 년을 뚫고 살아남았는지, 중세시대의 기나긴 암흑기는 무엇 때문인지 등등 유럽의 역사는 오늘의 유럽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 세계 각국의 문화, 체제, 관습, 사상, 기술, 문명에 영향을 끼쳤다. 거대한 나무의 뿌리의 한 갈래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민주주의, 입헌주의, 자본주의와 같은 체계뿐만 아니라 철학적 사유물들, 직간접적인 생활필수품부터 주위의 온갖 잡것들 모두 대부분 서양에서 온 결과물이다.

 

종교 이야기가 제일 재밌다.

흥미로운 점은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의 이야기가 상당부분 지면을 할애한다는 점이다. 얼핏 보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오해다. 오히려 굉장히 재미있는 부분이다. 그중에서도 중세시대를 암흑에 몰아넣은 것은 기독교의 특성인 유일신 사상에 대한 결과물이란 점이 흥미롭다. 유일신이라는 것은 단 하나만을 인정하는 것으로 그 외의 것들은 모두 마녀가 되고 마녀가 된 대상은 비난과 말살의 대상이 된다. 반면 모든 것을 배척하고 말살시키는 유일신과는 다르게 예수 그리스도 이전의 나라 로마제국은 비록 영토확장으로 대제국을 달성했지만 정복한 주민의 삶과 믿음을 인정해주는 그레코로만의 합리성으로 문명 기술의 전파자 역할이 컸다고 한다. 로마에는 그리스의 다양한 신들이 있었고 각자의 역할과 책임으로 인간과 함께 조화로운 세상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요약해보면 거대한 역사의 줄기는 이렇다. 
카톨릭이전 합리성을 존중하는 그레코로만의 합리주의 로마 -> 중세 기독교의 유일신 사상으로 인한 문명적 후퇴 -> 신앞에 삭제됐던 인간을 재조명하여 입체화한 르네상스 -> 종교 개혁과 기독교의 절대성 붕괴 -> 이후 산업혁명과 시민사회 건설로 근대시대의 진입이다.  즉, 절대적인 단 하나의 것을 믿고 신봉하느냐 아니면 좀 더 합리적으로 다양한 면을 존중하면서 조화롭게 살아갈 것이냐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지난 수천 년 유럽 역사의 근본적 배경이었다. 

 

이데올로기의 시대, 근대 시대

중세암흑기를 지나 근대시대는 산업혁명과 이데올로기의 시대다. 18세기 영국의 증기기관의 발명을 시작으로 문명의 기술은 진일보한 발전을 일궈냈다. 수직 상승한 기술적 발전을 배경으로 제1차,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그 배경에는 군국주의, 제국주의, 파시즘, 인간의 신격화 등 중세시대 나타났던 유일신에 대한 맹목적 믿음과 신념이, 단지 대상만 바뀌었을 뿐 다양한 형태로 또다시 발현되어 인간을 고통과 폐허로 몰아넣었다. 우리가 아니면 적으로 간주하는 대치와 배척의 모습은 중세시대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현재에도 중세 시대의 사고 방식이 존재한다.

고대부터 근대까지 이미 지나버린 과거인 것일까? 현대에 살고 있는 개인은 지당히 현대인일까? 역사적으로 현대시대라고 일컫는 기조는 간략히 말하면 이렇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포스트모더니즘적 사고방식으로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인정할 줄 아는 사회. 계급적 차이가 없고 평등과 자유의 가치를 저마다 추구하는 사회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중세의 삐뚤어진 억압의 광신적인 모습이나 근대의 편협한 이데올로기에 빠진 모습은 너무나 자주 목격된다. 독단과 독선이다. 현대라고 일컫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 개인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나 자신을 포함하여 누구도 다른 어떤 사람이나 나라보다 그다지 선하거나 훌륭하지 않다는 사실이 명백해 보인다. 히틀러와 나치의 유대인 학살,일본의 제국주의와 친일파의 만행 모두를 싸잡아 전부 악으로 판단해버리면 끝나는 것일까? 그것이 역사를 통해 배우는 지성과 참된 지혜로 보아 마땅한가? 이에 대한 답변은 이 책을 통해 개인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언제나 곁에 두고 참고하고 싶은 책으로 일독을 권하고 싶다. 독선이 또 다른 독선으로 물들지 않도록 끊임없이 사유하며 고민하는 개인의 모습이 참된 지성과 용기 있는 모습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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