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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 "철학, 어렵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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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한다는 것이란 니체나 소크라테스에 대해 공부하는 것일까? 나와는 단 한개도 상관없는 다른 나라의 이야기로 평생 철학이란 것을 모르고 살아도 무방하다는, 지금에서야 생각컨데 자멸에 가까운 착각이였다. 완벽에 가까운 무지한 상태였기 때문이었을까? 이 책을 읽었을 때 느꼇던 돈오의 순간들은 가늠하기 힘들정도로 정신적 쾌락이 터져나왔다. 틈만 나면 몇변이고 아무페이지나 펼쳐서 읽었고, 홀로 떠난 여행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한번 정독을 했다. 

사실 제목이 단박에 소화가능한 문구는 아니다. 그렇지만 어딘가 모르게 간지(?)나는 단어들로 구성된 느낌이다. 최진석 교수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써 갖추어야 할 시선의 높이를 적나라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의 기본 토양은 철학이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점은 철학책이라고 해서 철학자들의 사유물을 학습하고 내면화하는 것이 아니란 점이다. 그것은 철저히 철학적 시선의 높이에 근거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모든 것은 특정시대 누군가 사유했던 생각의 최초의 결과물이다. 바로 최초란 시점에 철학, 그리고 탁월함이 숨어있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이야기하는 높은 차원의 시선이다. 그것은 예술적이고, 철학적이고, 문화적이고,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새로운 판을 짠다. 

 

대한민국이 중진국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

탁월한 사유의 시선이란, 기존의 것을 철저히 말살시켜 버리는 행위로부터 출발한다. 개인이 품어왔던 기존의 개념과 원리들이 말살의 대상이다. 어제의 나는 없다. 고병권 선생님의 저서 <생각한다는 것> 의 위트있는 명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하지 않는다."와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파괴시키지 않고 그것을 품고있는 한 개인은 종속된 삶을 피할 수 없다. 외부에서 수입된 개념, 생각, 사상들에 의해 지배받음으로써, 결국 옳고 그름의 진위 논쟁에 빠지게 된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결국 해를 해로써만 판단해버리고 달을 달로써만 여기게 된다. 각각의 개념에 고정시켜버린다. 해와 달이 합쳐진 형태인 명(明)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립의 공존을 수용하지 못하고 종속된 상태로 서로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보낸다. 결국 창의력은 유실되고 철학 수입국으로만 존재하며 삶의 주도권을 잃어버린다. 우리나라가 현재 중진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답보의 상태에 빠져 서로를 힐난하는 모습들이 이러한 맥락과 일치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창의력은 아무런 준비없이 찾아오지 않는다.


창의적이고 선도적인 독립된 주체는 아무런 이유없이 자연적으로 탄생하지 않는다. 그러한 시선의 높이가 갖추어졌을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내보라고 반복해서 주문해봤자 훈고와 답습에 익숙한 시선의  높이에선  불가능하다. 질문에 거북함을 느끼고 "원래 다 그런거야" 라고 습관적으로 일갈해버리는 조직과 개인은 저자의 이야기처럼 딱 거기까지밖에 머물 수 없다. 최근들어 분야를 막론하고 인문학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는 이유도 이러한 흐름을 공유한다. 회사에서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만 채용하지 않는다. 기술부서에 인문학과 출신 인재를 채용하는 일은 이제 흔하다. TV에서도 인문학 강연이 점점 늘어나고 시청률도 상승하고 있다. 그만큼 사회가 전반적으로 인문학 열풍이 커지고 있고, 저자 역시도 이러한 점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삶의 밀도는 곧 철학이다.


생각, 질문, 독립, 선도력, 문화, 예술, 창의, 자유 등 각각의 단어들이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 같지만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다. 모두 동일한 범주안의 단어들이다. 반대로 종속, 개념, 원리, 대답, 믿음, 편안 등 역시 동일한 범주의 단어들로, 앞선 그룹과 대치점을 형성한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은 각각의 단어들을 아주 쉽게 연결지어 설명한 명저 중의 명저이다. 강연을 토대로 쓰여지다보니 반복되는 내용도 있지만, 오히려 철학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 장점으로 다가갈수 있겠다. 삶의 밀도는 얼만큼의 철학적 시선에 도달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물음으로 압축된다면 이 책은 반드시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할 필독서가 될 것임에 확신한다. 누군가의 말처럼 책한권으로 다른 세상을 보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그저 허구가 아님을 이 책을 통해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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