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알랭 드 보통의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사랑이란 결국 자신을 알게 되는 것

728x90

 

사랑의 출발은 완벽한 무지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게 된 사람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최초의 꿈틀거림은 필연적으로 무지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알랭 드 보통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랑의 출발선이다. 다시 말하자면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실하지 않은 채로 사랑에 빠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불충분한 자료에 기초하여 무지의 영역을 욕망으로 채운다. 그래서일까? 어떤 사람들은 첫눈에 반한다는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사랑이란 운명의 장난처럼 마주치는 눈길 속에 사랑의 감정이 솟구친다고도 한다.

사랑이란 결국 자신을 알게 되는 것

저자 알랭 드 보통의 사랑에 관한 통찰은 적나라하다. 마치 현미경으로 사랑의 속성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그의 시선을 두고 누군가는 사랑에 대한 `해부학` 이란 멋진 표현을 쓰기도 한다. 사랑은 그저 단순하게 상대방과 나누는 로맨스가 전부는 아니다. 서로를 향해 주고받는 온기 속에 사랑을 느끼지만, 정작 자신의 부족한 모습과도 마주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완벽한 이상형을 꿈꾸지만, 정작 그 사랑이 이루어지려고 할 때, 그렇게 꿈꾸던 이상형이 왜 보잘것없는 자신을 사랑하는지 의문을 품는다. 아이러니한 자기모순에 빠지고 만다. 자기 사랑과 자기혐오 사이에서 자기혐오에게 주도권을 내준다. 저자는 이를 마르크스주의자라고 일컫는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에 빠져서 자신의 사랑이 보답받기를 갈망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꿈이 공상의 영역에 남아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
 <언어의 온도> 이기주 작가는 사랑에 대해서 이렇게 묘사한다. "처음에 너를 알고자 했지만 결국 나를 알게 되는 것 그것이 사랑일지도 모른다." 흥미롭게도 알랭 드 보통의 마르크스주의자와 같은 입장을 보여준다. 성숙한 사랑은 상대방과 나누는 것과 동시에 자신에 대한 사랑을 먼저 체감할 것을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자기 혐오 속에서 허우적대며 사랑에 대해 힘겨워한다.

 

사랑하니까 이해한다는 말처럼 사랑과 이해를 엮지 마라. 그것은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사랑에 빠질 때 상대방에 대한 무지의 영역은 나의 욕망으로 채우고, 본질적으로 사랑은 보답받을 수 없는 것이라면, "결국 사랑이란 공간이 아닌 방향이다."라고 알랭 드 보통은 이야기한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순간이다. 사랑은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줌으로써 상대를 갈망하는 공간적인 개념이 아닌, 완전한 두 사람이 같은 곳을 바라보는 지향성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 모습에 가까울수록 서로 다른 모습을 인정하는 성숙한 사랑의 형태가 완성된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때때로 상처를 주고받을 때, 남용하는 말 중 하나는 "이해가 안 된다."라는 말이 있다. 서로를 전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은 진정 사랑을 모르는 자들의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사랑하니까 이해한다고 하는 말은 달콤한 거짓말이다. 왜냐하면 내가 아닌 이상 완벽한 타인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은 매 순간 발생할 것이며, 이렇게 불완전한 상태를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러한 매 순간마다 자신의 사랑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을 해야 한다면 그것만큼 사랑과 동떨어진 관계도 없을 것이다. 사랑을 공간적 개념이 아닌 방향성이란 사실을 깨닫는 것 하나만으로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너무나 보편적인 단어 사랑, 그래서 우리는 진짜 사랑을 알지 못하게 된다.

주제는 사랑에 관한 것이 확실해 보이지만, 첫 장을 펼치는 순간 철학과 사색이 주는 즐거움이 페이지마다 펼쳐진다. 때문에 알랭 드 보통의 문장들은 빠르게 읽을 수 없다. 사랑이라는 주제만 보고 만만하게 봤다간 큰 코 다치기 딱 좋다. 더욱이 저자는 단어의 남용을 지적한다. 단어의 남용은 우리를 그 단어로부터 잘 알고 있는 듯한 착각과 동시에 그 단어를 사용함에 있어 수많은 오류를 범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단어가 대표적이다. 결코 보편적이고 진부한 방식으로 사랑에 대해 묘사하고 단어를 나열하고 문장을 써 내려가지 않는다. 마치 문장 속에서 단어들이 자신들의 본래 쓰임새를 잃어버린 듯하지만, 독자는 곧 사색을 통해 그 의미의 향기를 가슴에 품게 된다. 알랭 드 보통이 24살 때 집필한 이 책은 우리의 사랑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지적 유희로 충만하다.

 


현재를 살지 못한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평생 갈망해온 것이 바로 이것이라는 깨달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Page.181 -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