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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라 히로시의 <서른과 마흔사이> "쓸데없는 자기계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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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자기계발서에 대해 생각해 봤다. 흔히들 자기계발서에 대해 뻔한 이야기만 지껄이는 재미없고 가치 없는 책이라고 폄하한다. "긍정적인 태도를 가져라", "항상 주위를 정돈해라", "규칙적인 운동을 해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다른 사람을 비난하지 마라" 같은 메시지를 조금씩 다르게 이야기할 뿐이라고. 심지어 "~해라"라는 말투조차 당신이 뭔데 이래라저래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더욱이 이런 뻔한 내용으로 책 써서 팔면 좋냐 혹은 돈을 너무 쉽게 버는 거 아니냐 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듣는다.

독서는 곧 조건없이 받아들이는 행위, 그 자체이다.

다소 직설적인 표현이었지만 이러한 이유로 자기계발서를 아예 눈길조차 안주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나도 일부분 공감한다. 그렇지만 나는 자기계발서 또한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생각건대 독서를 함에 있어 장르에 대한 편식은 독서에 대한 기본 마음가짐에 반하는 행위이다. 독서의 본질적 자세는 타인의 생각을 책을 통해 접하고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받아들인다는 것은 겸허한 마음가짐이며 겸허함이란 나란 존재는 세상에서 아주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진실을 직시하는 태도로부터 나온다. 즉 겸허함이란 겸손함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통해 내가 가진 한계점을 극복하고 사고를 향상해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을 바꾸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더욱이 한 분야의 전문가가 긴 시간 동안 써 내려가 탄생시킨 책에는 해박한 지식과 정보들이 홍수를 이룬다.

의아스러운 점은 받아들이고자 하는 자세에서 출발한 독서가 한 장르의 배척으로 이어지고 결국 편협한 사고의 틀로 다시 빠져드는 점이다. 내가 원하고 좋고 편한 것만 취하겠다는 받아들이는 `척하는 반쪽짜리 자세다. 이는 독서의 본질적 행위에 반하는 태도다. 일본의 독서 거장 센타 다쿠야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서점에 있다"에서 어떤 책이든 100만 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왜 어떤 사람은 동일한 책을 읽고도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이라고 평가 절하하는 반면, 또 다른 사람은 100만 원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할까? 결국 책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순전히 개인의 영역이지만 개인의 관점에 따라 100원이 되기도 하고 100만 원이 되기도 한다.

법문?개소리? 그것은 개인의 관점에 따라..

판화가 이철수가 쓴 개소리에서 "마음을 열고 들으면 개가 짖어도 법문이다"라고 하였다. 박웅헌의 <책은 도끼다>에도 개되었는데 거꾸로 이야기하면 개인의 관점이 바뀌지 않는 한 법문을 봐도 개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나와있지만 결국 법문으로 받아들일 것이냐, 뻔한 개소리로 받아들일 것이냐는 결국 태도의 문제이다. 법문으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뻔한 개소리로 오염된다. 이것은 실행의 문제이기도 하다. 단순히 책을 읽고 그것으로 끝나는 독서는 텅 빈 공간 그 자체이다. 텅 빈 공간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모른다. 무엇이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것은 가치가 없다.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태도는 오만하다. 오만한 태도와 관점이야말로 가치가 없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다고. 왜 아직도 내 귀에는 못이 박히기만 하는 것이냐고. 이제 그만 귀에 박힌 못을 뽑고 귀 대신 박히는 부위를 발바닥으로 이동 시키자고 이야기한다. 서른과 마흔 사이는 귀에 박힌 못을 뽑을 시간이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아무리 박혀봤자 2개만 뽑으면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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