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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권의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읽지 말았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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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읽지 말았어야 했다. 단언컨대, 이 책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을 때는 자신의 삶을 태풍 속에 밀어 넣을 각오로 읽어야 한다. 전체집합 U를 순식간에 미지수 X로 전복시켜버리는 니체의 사상과 명료한 아포리즘은 파괴적이고 충격적이다. 때문에 가치의 전환을 가득 담고 있는 이 책은 그래서 더욱 위험하다. 특히 기독교의 가치관을 어깨에 짊어진 채 고행의 길에 오른 교인은 이 책을 극복하기란 매우 어렵다. 고정되고 제한된 시각으로 세계를 해석하는 기독교의 세계관은 변화의 문턱에서 언제나 고꾸라진다. 그들은 언제나 형이상학적인 믿음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니체는 바로 이지점을 정확히 폭격한다. 기독교는 형이상학적인 세계를 기준으로 이 세계를 타락한 세계라 규정함과 동시에 원죄를 짓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의무를 부여하고 명령을 내린다. "거기에는 자신과 다른 것, 즉 차이를 용납하지 않는 '폭군적 열망'이 들어 있다. 마치 '신 앞에 영혼의 평등'을 내세우는 자들이 신을 믿지 않는 자들을 사납게 내치듯이, 보편적 가치를 내세우는 자들도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 자들에 대한 '징벌의 충동'을 느낀다."

니체는 잃어버렸던 내 삶의 욕망이 되살아나고 내 삶의 입법자는 낡은 가치관인 신의 말씀이 아니라 바로 자신에게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자신에 대한 가치와 평가는 신의 말씀을 통해서가 아닌,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음을 설파한다. 삶의 기준을 자기 바깥에 두고 그것에 지배당해온 정신적 압제에서 벗어나 삶을 긍정하고 유희할 수 있는 초인. 위버멘쉬로의 탄생. 그것이 바로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통해 사람들에게 남겨놓은 위대한 메시지다. "순종하느니 차라리 절망하라! 차라투스트라는 기대를 한껏 높였다. 현실에 순응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과는 다른 미래가 만들어질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를 외치며 낡은 종교적 가치관을 향해 거침없이 망치질을 해댄다. 혹자는 이 말에 대해 '기독교가 중세를 거치며 본래의 기독교적 가치와는 무관하게 타락한 모습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이는 올바른 해석이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본래의 가치관이라고 말하는 영원불멸한 것들을 니체는 부정한다. 진리는 불멸하는 것이기보단 끊임없이 소멸과 생성을 반복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차라투스트라도 내공이 부족한 시절에 말문이 막힐 때면 다시 동굴로 들어가 깊은 심연 속에 자신을 말살시킨다. 그리고 다시 태어난다. 생성과 소멸의 영원한 반복. 이것이 그 유명한 영원회귀의 핵심 사상이다.

영원회귀의 사상에서 중요한 것은 용기를 내는 것이다. 자신이 믿고 있던 가치들에 대해 마침표가 아닌 물음표를 던질 수 있는 용기다. 이러한 성질의 용기는 불안과 걱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오히려 어린아이의 놀이처럼 유희적 차원에서 즐길 줄 아는 긍정의 의지가 전제된다. 결국 이러한 성질의 용기와 긍정의 의지를 통해 생성과 소멸을 무한히 반복하는 행위 자체가 니체가 이야기한 '긍정의 권력의지'인 것이다. "무한히 참고 견디기만 해서는 자기 삶을 사막으로 만들 뿐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긍정은 무엇을 요구하는가? 그것은 과감한 실천을 요구한다. 물어뜯어라! 네 삶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것을 그대로 두지 말고 재창조하라. 긍정은 그렇게 말한다."

부디 '권력'이란 단어를 정치적, 물질적 위치로 격하시키지 않아야 한다. 니체가 이야기하는 권력이란 내 삶의 입법자로써 내 삶을 스스로 창조해 나갈 줄 아는 용기 있는 '선택', 즉 '권력'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만이 노예의 습성에서 벗어나 내 안에 잠자고 있던 주인 의식을 깨운다. '주인 의식'의 진정한 의미는 타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회사에서 직원들을 세뇌 교육하는 주범 '주인 의식을 가져라'라는 의미는 심하게 왜곡되어 노예를 더욱 노예답게 예속화시키기 위해 가해지는 정신적 폭력이다.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니체 전문가(?)이자 철학하는 삶의 높은 완성도를 몸소 보여주고 계시는 고병권 선생님의 필독서다. 니체는 철학이랍시고 어렵게 말하는 것을 경멸했던 점도 있지만, 고병권 선생님의 해설 역시 못지않게 훌륭하다. 훌륭한 선생님과 위대한 사상가의 만남은 이 책을 읽어야 할 당위성을 부여한다. 개인적인 소망은 많은 사람들이 니체라는 사상가를 자신의 소중한 친구로 맞이하기를 희망한다. 물론 개인마다 식성과 소화력에 차이가 있겠지만, 니체가 사람들의 삶에 두근거리는 역동성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내게 있어 너는 신성한 우연을 위한 무도장이며 신성한 주사위 놀이를 하는 신의 탁자다. 내게는 그것이 바로 너의 깨끗함이다....

​그러나 그것을 다시 던지고 있는 나는 이전의 내가 아니다. 반복하라! 그러나 그것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이다. 그것은 이름의 돌아옴이 아니라 행위의 돌아옴이다.

-Page. 383-

 

 

2019/09/10 - [책 속의 책] - 주인의식에 대하여(철학자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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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2 - [북리뷰.서평.] - 고병권의 <생각한다는 것> "철학? 생각의 다른이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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